여성들의 대표적인 고급 의류인 모피 코트 한 벌에 들어가는 모피의 양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해 여성 밍크 재킷 한 벌을 만들려면 약 26∼36마리의 밍크가 들어가야 한다. 치렁치렁 늘어지는 롱코트를 제작하려면 무려 40∼50마리의 암컷 밍크가 투입돼야 한다. 세계 모피 경매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 뉴욕 옥션에서 최상급으로 치는 블랙 그라마 밍크 원피 한마리 값은 약 47∼48달러 수준. 따라서 짧은 여성 재킷 한 벌을 만드는데 밍크 원피 값만 무려 180만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관세를 비롯해 특소세 소득세 농특세 등 각종 세금과 안감, 세탁, 공정비 등 임가공비를 더하면 원가는 250만원을 훌쩍 넘어 버린다. 밍크 코트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모피는 1990년대 초까지 국내 상류 여성들만이 입어 부(富)의 상징이 되었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의 캐주얼 패션 의류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백화점이나 모피 전문 매장에는 밍크 코트는 물론이고 청바지에 어울리는 스포티한 모피 재킷, 모피 목도리, 심지어는 깃이나 소매에 모피를 부착한 패션 모피 의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는 자연 밍크를 짧게 깎아 활동성을 강조한 쉐어드 모피나 원피를 얇게 자른 뒤 꼬아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트리 코트까지 등장,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의류 업체들은 둔탁한 느낌이 드는 원피를 가공해 스마트한 패션감을 살린 모피 의류를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 모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를 겨낭한 200만∼300만원 대 아동 모피 의류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국내 모피 시장은 밍크, 담비, 토끼, 여우가 전부로 이중 밍크모피가 80%를 차지한다.
모피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천연 소재로 보존성이 뛰어나 겨울철 방한 의류로 제격이다. 내구성도 좋아 관리 여하에 따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감촉도 부드럽고 감각적이어서 착용감이 매우 좋다. 모피는 고가로 판매되기 때문에 유수 디자이너들이 제작, 디자인도 다른 제품에 비해 세련된 것이 많다.
최근 대중화 되긴 했지만 밍크 등 모피를 사용한 의류는 여전히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따라서 한번 장만하고자 할 때는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여러 점포의 제품들을 두루 설펴본 후 신중히 구입해야 한다. 재킷 안쪽 왼편에 부착돼 있는 라벨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모피 의류의 품질은 원피 재질이 좌우한다. 따라서 털의 밀도가 촘촘하고 윤기가 나며 가지런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털 바닥까지 검은 색이 나는 것은 염색을 한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 가벼운 제품을 고르면 무난하다. 봉제 상태가 나쁘면 원피가 좋더라도 오랫동안 입을 수 없으므로 바느질 상태도 촘촘히 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오래된 모피를 의류 리폼 전문가의 수선을 거쳐 리모델링 해서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의류 디자인 전체를 바꾸려면 대략 50만∼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어깨나 소매 길이나 디자인을 바꾸는 부분 수선은 10만원 내외면 충분하다. 모피는 4∼5년 된 제품 보다는 20년 이상 된 것이 오히려 수선하기 편하기 때문에 낡은 것이라도 버리지 말고 리모델링을 해서 입으면 된다.
신세계백화점 손문국 모피 바이어는 "모피 의류는 가격대가 높아 처음 구입시에는 다소 부담이 되지만 잘 관리하면 반평생 동안 입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의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는 모피의류의 인기가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지속적인 소재와 디자인 개발을 통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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