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정부 시절, 싱가포르는 우수한 남성이 멍청하지만 예쁜 여성하고만 결혼하려는 풍조를 고치기로 했다. 똑똑한 여성이 신랑감을 못 구해 애를 먹기 때문이다. 학위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려는 남성에게는 장려금을 주고, 학위 없는 여성이 둘 이상의 아이를 낳을 때는 벌금을 부과했다. 문맹자에게는 많은 돈을 주며 불임수술을 권장했다. 또 경찰은 자녀가 둘 있는 부부 집에는 밤마다 전화를 걸어 "피임약이나 콘돔 사용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믿거나 말거나처럼 들리는,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가 쓴 이야기다.■ '싱가포르는 파인 시티다'라는 티셔츠를 현지에서 산 적이 있다. 'fine city'는 '좋은 도시'와 '벌금 도시'라는 이중적 의미다. 계몽과 야유가 섞여 있다. 셔츠에 금지행위와 벌금액수가 그려져 있다. 거리에서의 과다노출 500달러, 변기의 물 안 내리면 500달러, 컴퓨터 해적행위 1만달러, 껌을 씹거나 새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면 각각 1,000달러 등이다. 싱가포르의 1달러는 약680원이다. 싱가포르는 민주국가이지만, 숨 막히는 통제국가이기도 하다.
■ 최근 '길거리 흡연금지' 법안이 우리 국회에 상정되었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왕래하는 곳을 금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위반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다. 금연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다. 또 싱가포르의 공공장소 흡연 벌금이 30만원 정도이니, 우리 과태료가 그곳보다 저렴하기도 하다. 취지는 좋지만 금연지역 지정에 대한 계몽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규제에 돌입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 지금 담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술이다. 한국은 최고급 위스키 마시기의 세계정상에 올라, 최근 미국 타임지로부터 '한국은 고급 위스키 시장의 희망'이라는 조롱도 들었다. 프랑스 햇 포도주 보졸레 수입도 지난 4년 동안 10톤에서 200톤으로 늘었다. 독주든 순한 술이든 가리지 않고 마셔댄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쉽게 술을 팔고 사는 곳도, 심야 술집이 번성하는 곳도 없다. 술 제조·수입회사들의 힘이 강해서 그런가. 이상하게 국회의원들이 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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