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레이스에 들어간 대선에서 개헌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정식 거론했고, 이회창 후보는 출정 기자회견에서 "21세기 국가 발전과 평화통일의 비전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헌 논의를 마무리 하겠다"고 말해 집권에 성공하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할지 여부는 오늘 있을 노무현 후보와 정 의원과의 회동에서 조율이 이뤄진다.우리는 5년 단임의 현행 헌법에 문제가 많음을 인정하지만, 대선의 쟁점으로 개헌문제가 부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 정치개혁과 남북문제, 경제·노사·교육 등 주요부분 정책대결이 개헌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 등에 분산하고,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및 지방 선거가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아 거의 매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낭비적 요인을 제거하자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개헌이 대선의 쟁점이 되는 게 바람직한지 여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이 후보는 개헌 방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조기 매듭을 약속했고, 노 후보는 다음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07년에 가서 개헌을 하겠다는 입장이며, 정 의원은 2004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의 근본적 개편을 전제로 한 것일 뿐 아니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고도의 국민의사 결집을 필요로 한다. 어느 당도 개헌 선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부상되는 개헌론은 득표와 세(勢) 결집을 염두에 둔 정략적 접근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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