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고갸르'(高girl)라는 용어가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자유분방해 기성세대로서는 속수무책인 여고생들을 부르는 신조어이다.짧은 교복치마에 종아리를 가리는 흰 루즈 삭스가 이들의 외형적 상징이라면 원조 교제는 이들의 심리를 상징한다. 갖고 싶은 명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한참 위인 어른과의 교제, 심지어 잠자리까지도 별 문제 아니라는.
'바운스'는 고갸르를 주인공으로 원조교제에 정면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내일이면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뉴욕으로 꿈을 찾아 떠날 열일곱살 리사(아카모토 유키코). 하룻밤 동안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하다 라쿠(사토 야스에)와 존코(사코 히토미)를 알게 된다. 둘은 고갸르 비즈니스계의 베테랑. 라쿠는 전화로 원조교제를 알선하고 존코는 섹스를 하지 않고도 어른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데 도사다. 의기투합한 셋은 전기충격기로 상대 남자를 기절시키는 방식으로 돈을 훔치기로 하는데….
심각한 주제에 90% 이상이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다지 무겁지 않다. 성이 등장하지만 성적이지도 않다. 고갸르를 만든 건 결국 어른들이고, 어른들이 어떻게 보건 그들 나름으로는 사고와 주장이 있으며 아픔과 행복을 통해 성장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저마다의 매력을 간직한 채 우정을 만들어가는 세 소녀의 모습처럼 발랄하고 당돌하게.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간극장'을 합쳐 놓은 듯 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시선은 독특하고 매력적이지만 이야기 구성이 엉성하고 경찰로 나오는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설교조의 대사가 두드러지는 것이 흠. 12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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