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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맞춤교육 소탐대실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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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맞춤교육 소탐대실 부른다

입력
200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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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22일자 특집 기사에서 시사주간지 '타임'은 앞으로 10∼15년 내에 현존 화이트칼라 직업 중 90%가 없어지든지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국인 최초로 차관보급의 고위직에 오른 미국 노동부 여성국장 전신애씨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지적을 한다. 앞으로 한 세대 안에 전체 직업의 90%가 새로운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청년층도 평생 5∼6개의 직업을 바꿔 가며 살게 되리라고.원래 미래를 전도하는 사람들은 과장이 심한 법이므로 그들의 예측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난 한 세대 동안 벌어진 일만 되돌아 보더라도 그들의 전망을 그저 허황된 생각이라고 넘겨 버리기도 어렵다. 버스 안내양, 전화 교환원 등은 이제 과거를 다룬 드라마 속에서나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 한 때 상업계 고등학교의 필수 교과 과정이었던 주산 교육도 전자계산기의 보급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면 게임 프로그래머, 웹 디자이너 등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 요즘 우편 배달부 만큼이나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택배업이나 심야 대리운전은 또 어떤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바로 다음 번에 없어질 직업이 당신의 직업이 아니라고.

불과 한 세대 후의 미래가 이렇게 바뀐다면 우리는 도대체 미래를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까? 특히 그 수단이 되어야 할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지금의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기에 과연 적절한 것일까?

요즘 곳곳에서 대학 교육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개혁의 방안으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른바 맞춤교육 또는 실용교육이다. 분위기에 밀려 교양 교육, 인문학 교육은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지방대학 철학과가 학생들의 지원이 없어 폐과 되었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들려온 바 있다.

대학 교육의 양대 소비자인 기업과 학생들이 모두 실용교육을 원하고 있으니 맞춤교육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일견 당연한 듯이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야 당장의 직업훈련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고, 학생들은 최대 과제인 취업에 유리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현존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얼마 가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면 곧 사라질 직업에 맞춰 실용교육을 시키는 것은 너무 단기적인 관점이 아닐까? 한창 교육의 효과가 높을 시기인 대학 시절을 특정 직업에만 쓸 수 있는 전문기술을 배우는 데 허비하였다가 막상 10년 후 그 직업이 아예 없어져 버린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장년층이 되어 새로운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을 테니 그 중 다수가 하릴없이 대졸 실업자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 기업들의 직업 훈련비용을 조금 아끼자고 멀지 않은 미래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파탄에 빠뜨린다면 그 때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과연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전신애씨의 권고는 시사적이다. 그는 "자녀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을 탄탄하게 키워주고, 감성 및 인성 교육을 충분히 하라"고 당부한다. 실용교육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노동부 국장이 당장의 실용교육이 아니라 기본 교육을 강조하다니! 그러나 미국 주요 대학들에서 교양 교육에 기울이는 정성을 본다면 그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교양 교육이나 인문학 교육이야말로 학생들의 적응력을 높여 줄 수 있는 기본 소양 교육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백년의 대계인 교육을 맞춤교육이라는 허울좋은 단기 계획으로 오염시키지 말라. 맞춤교육은 직장에 들어간 이후에 받더라도 결코 늦지 않다.

정 준 영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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