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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버거운 수지 맞추기

입력
200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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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을 경영하는 데도 기본적으로 인력, 시설, 자금이 필요하다. 선수, 프런트, 코칭스태프, 경기장, 돈으로 만든 경기를 파는 게 바로 구단사업이다. 국내 프로리그에 흑자구단이 없는 이유는 이러한 자원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인 경기 제조원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인상이나 매출증대 혹은 신규시장 개발이 없으면 프로구단이 자체사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 5,000원 정도인 프로경기 입장권 가격은 그 돈으로 시간을 때울만한 경쟁상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인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제조원가가 가장 높은 프로야구가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해보자.프로야구에서 매출증대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려면 최소 2만5,000명의 관중이 매 경기 들어와야 한다. 그것도 입장수입만으로는 수지균형이 불가능하고 중계수입, 매점수입, 광고수입 등이 관중수에 비례해 증가하고 비용을 아껴쓸 때 가능하다. 그런데 홈 경기장 좌석수가 여기에 못 미치는 구단은 매 경기 입장권이 매진되더라도 손익분기점 도달은 포기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떠오르는 고객으로 스폰서를 꼽는데 국내 프로리그는 이 시장의 개발도 한계가 있다. 빅 스폰서인 대기업 중에서 프로구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통망인 방송중계권 분야도 유통업자간의 담합을 막을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단주가 광고주지만 매체의 위력 때문에 방송중계권의 무한인상은 불가능하다.

원가절감도 한가지 방안이지만 절감 효과를 보려면 프로야구 제조원가에서 연 평균 70억원 이상이 드는 선수단운영비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경기제조의 핵심 원자재인 선수 구입비용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절감에 어려움이 있다. 요소시장에서 공급량이 넘치는 분야는 매년 수십 명씩 배출되는 코칭스태프 인력이지만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또 구단경영진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교체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프로야구단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관중을 늘려 매출증대를 꾀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팬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스포츠 팬은 이기는 팀을 원하지만 우리나라 팬들은 이기는 방법도 따지는 까다로운 성향이 있다. 약체전력으로 평가 받았던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을 세웠던 감독을 엊그제 교체한 이유도 아마 고객기호에 부합하는 제품을 맞추자는 의도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팀 팬들의 취향이 이기는 데 있는지 아니면 이기는 방법에 있는지는 내년 시즌이 지나봐야 판가름 난다.

/정희윤·(주)케이보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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