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최근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미 감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6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간헐적으로 전개되던 항의 및 규탄시위는 운전병과 관제병에 대한 무죄 평결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부대 진입 시위와 화염병 투척 등으로 과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 등으로 이어져 방치할 경우 한미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지금까지 주한미군측은 사건발생 후 신속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미 2사단장의 사과 표명과 함께 성금을 전달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해왔다. 미군병사에 대한 재판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한미간 사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지는 미지수다.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가 "사과(apology)의 뜻"이라고 부연했지만 메시지의 표현은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sadness)과 유감(regret)'이었고 간접적인 전달이라는 점에서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년 전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병사에 의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당시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모리 요시로(森喜郞) 당시 일본 총리에게 직접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또 지난해 3월 하와이 앞바다에서 미 핵잠수함 '그린빌'이 일본 고교실습선과 충돌사고를 일으켜 9명의 인명을 희생시킨 사고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이 직접 사과의 뜻을 표시한 전례가 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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