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가 테러범을 지원하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미 언론에 계속 제기되면서 양국 관계가 긴장되고 있다.내년 1월 개원하는 108차 의회의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내정된 리처드 루가 의원은 26일 "정부는 사우디에 적극적으로 테러 자금원을 차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서 통제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 정보 및 재정 당국이 사우디인 7명을 포함해 알 카에다와 다른 이슬람 급진 테러 단체의 핵심 자금책 역할을 하는 기업인 9명의 비밀 명단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정부가 90일 내 테러 자금 지원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용의자들을 일방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부시 대통령에게 권유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백악관은 부인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훌륭한 동반자 역할을 해 왔다고 믿는다"며 "사우디 같은 훌륭한 동반자는 대 테러 전선의 재정적인 면이나 외교적 면에서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라크 공격을 위한 협조와 미국 석유 수입량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 석유에 대한 의존도 등을 고려해 사우디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사우디가 더 적극적으로 테러 자금원 색출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이날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수 년 동안 미국의 좋은 친구였고, 전략적 협력자인 나라와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사태 확산을 차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사우디는 구호단체나 불우한 자국 국민들에 대한 자선 기금 송금을 미국이 테러 자금 지원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사우디를 미국에 협조하도록 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사우디-테러범 커넥션의 허구를 만들고 있다는 게 사우디측의 주장이다. 9·11 테러 자금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의 하이파 알-파이잘 공주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자신의 기부를 테러와 연계하는 것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혐의를 정면 부정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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