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는 26일 설악산과 오대산 소금강, 경포대 등을 여행하며 후보단일화 패배로 인한 충격을 추스르고 향후 정국구상에 들어갔다.정 대표는 이날 오전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와 막내 딸 선이(16)양, 일부 측근인사만 대동한 채 설악산에 올랐다. 정 대표는 "23년 전 아내와 신혼여행을 왔던 곳인데 오랜 만에 오니 기분이 좋다"며 산행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패배로 인한 상념을 털어버리려는 듯 비룡폭포에서 얼음물로 세수를 한 뒤 측근들과 함께 10여 차례 '야호'를 외쳤다.
정 대표는 산 중턱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인생에서 합격할 때도 떨어질 때도 있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는 "내가 세계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극적으로 당선됐을 때는 정말 좋았지만 10년 간 외국으로 돌아다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형제들 간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은 아쉬웠다"며 패배가 반드시 낙담할 일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또 "인류사의 갈등은 자유와 평등 간 갈등"이라며 "극단적으로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둘을 조화시키는 게 정치인의 할 일"이라고 나름의 정치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산행 중 만난 등산객들이 "이번에 깨끗한 승부를 보여줘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인사를 건네자 "성원해 줘서 고맙다"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노 후보측에 제의했다는데.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니 부패한 정권이니 얘기를 하는데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공직자가 돈 받아먹는 것도 나쁘지만 일 실수를 해서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건 더 나쁜 범죄다. 낡은 정치 틀을 깨려면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 2008년에 못하면 또다시 잃어버린 20년이 된다. 2004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노 후보에게 말했다. 노 후보는 2007년을 제시하며 단지 기간 차이만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2007년에는 불가능하다. 2004년 총선에서 쟁점화해 개원국회에서 발의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 내가 대통령이 돼도 할 생각이었고 지금은 요청하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쟁점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노 후보측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인가. 선관위 유권해석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자리를 피하며) 그만 얘기할 까요."
―민주당과 정책공조나 선거공조를 추진 중인데 통합21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차기정권은 공동정부 형태가 바람직한 것인가.
"그것은 앞으로 얘기할 것이고. 그만 내려가자."
/설악산=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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