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 것을 어떻게 보나."단일후보가 된 뒤 막 뜨고 있는데 국민의 관심과 흥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에는 20% 이상 지지도 차이가 날까 걱정했는데 7∼8% 정도 차이가 난다니 다행이다. 단일화 협상에서 누가 국가지도자로 적절한가, 이 나라 국민을 위해 무얼 할 것인가 등 정책 쟁점을 놓고 겨루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를 이길 것인가 하는 문제로 다퉜다. 이것은 문제다. DJP 연합도 나를 이기기 위해 지역끼리 뭉치는 구태 정치였다. 국가를 끌어갈 비전과 포부를 누가 갖고 있느냐를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후보와 노 후보의 대결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나.
"보수·진보 대결이란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우리 당만 해도 보수라고는 하지만 16대 총선을 통해 젊은 의원도 영입했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가 많다. 노 후보와 나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부패정권의 틀 안에 있었고 현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고루 상속하겠다는 후보를 깨끗한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진정한 진보는 사회개혁을 위해 합리적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치개혁의 법제화에 한나라당이 소극적이란 지적이 있는데.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논의, 큰 이견이 없었으나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 다음 회기에 하자고 합의했다. 우리 당이 일부러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상향식 공천은 우리 당이 이미 실천하고 있다. 더욱 필요한 것은 부패방지법, 선거법,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등인데 여야가 합의했으나 여당이 선거법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동의하지 않아 다른 것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도 제1당 후보로서 제대로 안된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여중생을 장갑차로 치어 죽인 미군병사에 대한 미국측의 무죄평결을 어찌 보나.
"여중생 두 사람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미 군사법원의 재판은 우리 국민의 감정상 받아 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소위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미군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는 부분인데 인명사건이 났으면 재판권을 한국측에 넘겨야 한다. 정부가 이 부분과 관련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리한 부분은 개정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 우리 국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개정하자고 해야 한다. 한미 관계든 일본이나 북한과의 관계든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이익이고 국익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분명하게 우리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SOFA에 대해서도 개정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햇볕정책에 반대하지만 긴장완화에 기여하지 않았느냐, 집권시 남북관계가 후퇴할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상호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니까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도 잘 안 되는 남북관계가 아주 막힐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걱정할 것 없다. 대북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 진짜로 평화를 가져 오려면 효과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그저 북한에 퍼주면 변한다는 식이 햇볕정책의 본질인데 그 결과가 무엇인가. 북한이 뒤로는 핵을 만들었다. 화해협력으로 평화를 가져 오려면 군사긴장 완화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일본인 납치 얘기를 꺼냈더니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느냐. 북한은 아직 핵개발을 포기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계속 퍼주면서 핵 개발을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분명하게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적 지원과 교섭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줄 것인가이다. 북에 핵을 포기하도록 분명히 말해야 한다. 난 이 메시지를 분명히 전할 것이다. 물론 무력으로 풀자는 건 아니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
―군복무 단축안을 내놓은 것은 젊은층의 표를 얻기 위한 것 아니냐.
"육군의 경우 26개월에서 2개월 줄이면 4학기로 군 복무가 끝나 복학 등이 수월하다. 군은 반대하지만 검토한 결과 큰 차질 없이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대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의 오랜 입장이다."
―사교육비 중 영어교육비 부담이 큰데 해결책은 있는가.
"작지만 경쟁력이 강한 나라의 공통점은 영어를 잘한다는 점이다. 원어민 교사를 채용해 방과후 학습프로그램으로 외국처럼 영어공부를 하도록 하면 된다.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면 영어과외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너무 세금이 많다. 내집 마련 대책은.
"판사로 30년 생활했는데 월급날이 되면 세금 많다고 욕하곤 했다. 주택문제는 대책이 있다. 5년간 순수하게 230만호를 더 공급할 계획이다. 120만호는 공공으로 정부가 건설하되 이중 90만호는 임대주택, 30만호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해 무주택자 문제를 해결하겠다. 특히 30만호중 10만호는 신혼부부를 위해 할당하겠다. 20∼30년간 장기저리주택통장을 만들어 분양가의 20∼30%만 내면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지방대생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다. 해결 방안이 있나.
"큰 문제다. 집권하면 임기 5년 동안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주로 신산업, 서비스 산업 쪽을 늘리면 취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보다 앞서 해야 할 일은 지방대생 취업을 위해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산하단체를 지방에 분산하는 것이다. 이들기관에는 지방대생을 일정 비율 채용하도록 하는 채용할당제를 실시할 것이다."
―연애할 때 양다리를 걸친 일은 없는가, 연애 기간은 얼마나 되나.
"연애할 때는 열이 올라 있는데 양다리를 걸칠 수 있나.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1년 정도 연애했다."
―청년 시절 말썽을 부린 일은 없는가.
"모두들 내가 모범생이었던 줄 아는 데 사실은 아니다. 전학 많이 다녀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청주중에 다닐 때 수학 낙제점수를 받았다. 체면이 서지 않아 가출을 했다. 청주에서 조치원까지 걸어 가 대합실에 웅크리고 앉아 밤을 새웠다. 다행히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됐다고 많은 젊은 직장인이 걱정하고 있다.
"2034년에 적자가 시작된다. 2048년에는 바닥이 난다는 예상도 있다. 불입 연금의 배를 받게 돼 있기에 이는 당연하다. 내는 돈은 소득의 9%, 받는 돈은 60%다. OECD 국가는 15%, 40%다. 받는 것을 내려야 한다. 이 말을 정치인 누구도 안 한다. 표를 못 얻으니까. 그래도 이 방법 밖에 없다. "
―개발에만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에 무심한 것 아니냐.
"연평균 6%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길러야 한다. 성장 엔진은 과학기술과 교육이다. 환경친화적 개발, 즉 지속가능한 개발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앞으로의 성장은 환경을 파괴하고서는 불가능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