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날갯짓, 화려한 비상…. 각 철새 도래지마다 새들의 군무가 시작됐다. 열대와 한대의 가교인 한반도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많은 철새가 머물거나 지나가는 곳. 특히 이맘 때부터 내년 2월까지는 겨울의 진객 철새를 맞는 시기여서 넓은 평야나 습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새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기러기나 청둥오리등 일반적인 철새는 물론, 희귀한 새들까지 발견할 수 있는 철새의 명소를 소개한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철새 도래지. 천연기념물 제179호이다. 낙동강 하구언 건설과 갈대밭의 무분별한 매립으로 생태계가 많이 파괴됐지만 여전히 이름값을 한다. 낙동강의 퇴적물이 한데 모여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이 곳의 철새들은 99%가 물새류. 오리, 도요새, 물떼새, 가마우지, 백로류 등이 주종을 이루고 독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지역이 넓어 짧은 시간에 많은 새를 보려면 현지 안내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배를 타야하는데 배 대여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10만원 내외다. 남해고속도로 창원IC에서 빠져 2번 국도를 타고 하구언 하단 어촌계나 명지동 포구 등에 도착하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산 강서구청 총무과 (051)970-4061.
● 서산 천수만
충남 서산시와 홍성군 사이의 8㎞를 둑으로 막으면서 망망대해 같은 논과 습지가 생겼다. 철새에게 천혜의 보금자리가 생긴 셈이다. 대종을 이루는 철새는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바다오리, 논병아리류. 황새,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세계적인 희귀조들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오리 중에서 가장 작고 아름답다는 가창오리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벌이는 군무는 일품이다. 이 새는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매년 2,000여마리가 발견돼왔는데 서산 천수만이 생기면서 서식지가 더욱 늘어났다.
서산 천수만은 조류 사진을 찍는데 최적의 장소이다. 넓고 인적이 없는 농로에서 사방을 돌아보며 새들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가는 길도 더욱 편해졌다. 홍성IC에서 빠져 안면도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천수만 방조제에 닿는다. 방조제 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조제 가운데 있는 간월도에 들러 이 지역의 특산물인 굴밥과 어리굴젓도 맛보자. 서산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 (041)660-2224.
● 철원 비무장지대
비무장지대는 6·25 이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자연스럽게 야생 조수의 천국이 됐다. 155마일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넓은 철원평야는 벼농사를 짓는 곳이기 때문에 떨어진 이삭을 먹기 위해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농민들은 철새들을 위해 수년간 낙곡을 줍지않고 그냥 논바닥에 남겨왔다. 토교저수지 등 인근의 담수도 새들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소란스럽게 하늘을 떠다니는 기러기가 철원평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철새. 기러기는 경계심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 곳이 최상의 서식지이다.
이맘때부터 내년 2월까지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학)를 관찰할 수 있다. 두루미떼를 만나면 절대 흥분해서는 안된다. 부화하면서부터 조류연구가나 사진작가에게 쫓기는 두루미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 거의 본능화해있다. 두루미가 안정하기를 기다렸다가 관찰한다. 철의삼각전적지 관리사무소(033-455-3129) 등에서 철새 도래지를 안내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철새 도래지 인근의 도피안사, 고석정, 순담계곡 등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 금강하구
금강하구언은 1990년에 완공된 둑. 둑이 완성되자마자 1만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더니 5년 후부터 그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유명 철새도래지 반열에 올랐다. 이 곳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는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가창오리, 기러기, 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적으로 3,000마리가 채 남지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이다.
철새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철새전망대를 조성해 놓았다. 인근에 만들어진 금강하구둑관광지는 사계절 썰매장과 각종 놀이시설이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놀이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금강사업단 (063)450-9999.
● 창원 주남저수지
경남 창원시 동면에 조성된 100만평 규모의 인공저수지. 마산, 창원, 진해시 일대에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을숙도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많은 철새들이 주거지를 이곳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종류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많게는 2,000여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조로 잘 알려진 큰고니의 유유한 유영, 가창오리의 곡예비행 등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소재이다.
주남저수지의 장점은 승용차로 바로 찾아갈 수 있다는 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일출과 일몰 등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새를 구경할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영IC에서 나와 30번 지방도로를 타면 쉽게 주남저수지에 닿을 수 있다. 승용차 150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주차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창원시 동읍사무소 (055)291-3001.
/권오현기자 koh@hk.co. kr 사진=원유헌기자
● 탐조 요령
새를 구경하려면 몇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류도감.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조류도감과 직접 눈으로 보는 새를 대조하면 새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넓힐 수 있다. 도감은 사진이 선명하고 설명이 풍부한 것으로 집에서 보는 탁상용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등 두 가지를 준비한다.
새는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멀리 머물고 있는 새를 보다 자세히 보려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필요하다. 쌍안경은 배율이 7∼9배인 것이 적당하다. 고배율(10배 이상)은 무겁고 시야가 좁아 오히려 불편하고 심지어 어지럽기까지 하다. 망원경은 새와의 거리가 먼 호수나 바다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삼각대까지 합치면 꽤 무겁기 때문에 쌍안경으로 경험을 쌓은 후 '꼭 필요하다' 싶을 때 마련한다. 배율이 20∼25배 정도가 가장 좋고 줌렌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관찰 결과를 기록해 둘 노트와 카메라, 비디오 등도 필요하다.
복장은 계절에 맞춰 준비한다. 기본 조건은 몸을 숨길 수 있는 색깔. 눈에 잘 띄는 흰색이나 빨강 등 원색 계통은 새의 경계심을 사 모처럼의 일정을 망치기 쉽다. 땅이나 마른 풀의 색과 비슷한 베이지색이나 국방색 계통이 무난하다. 배낭의 색깔도 역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으로 준비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진한 향기가 나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을 피해야 한다. 후각이 예민한 새들에게 경계심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 것도 금물이다. 탐조 시간은 새의 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적당하다. 낮이지만 한겨울에는 춥다. 방한복과 방한화, 장갑 등 방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끈한 물이나 차를 보온병에 넣어가면 좋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