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7일(현지시간)부터 22일까지 열린 '2002 추계 컴덱스(COMDEX Fall 2002)'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썰렁했지만 가장 인간적인 컴덱스'로 요약된다.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의 침체로 참가 기업이 한창 때인 2000년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인 1,000여개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던 각 분야 IT기술이 '인간을 위한 융합'의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위에 직접 글을 써서 입력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대상을 받은 것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썰렁한 컴덱스
'2002 추계 컴덱스'는 참가 기업이 지난해 9·11테러 직후 때보다도 30%나 감소할 정도로 역사상 가장 조용한 전시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니, IBM, 에릭슨, 시스코시스템스 등 세계적 IT기업마저도 정식 전시회는 참가하지 않은 채 비즈니스 상담센터만 겨우 운영할 정도였다. 또 4∼5년전만 해도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국내 IT기업의 컴덱스 참가도 크게 줄어 올해에는 지난해의 70% 수준인 80여개사에 그쳤다.
■인간을 위한 모든 IT기술의 통합
외형상의 썰렁함에도 불구, 2002 컴덱스는 과거 인간에게 적응할 것을 요구했던 IT기술이, 드디어 인간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2002 컴덱스 전시장을 휩쓴 IT기기의 '모바일화'는 사람이 PC를 찾던 과거 개념은 사라졌으며, 대신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다니는 새로운 개념이 시작됐음을 증명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붙박이 컴퓨터인 PC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던 주요 기업들이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 분야로의 진출을 잇따라 선언했다. 세계 1위 PC업체인 델컴퓨터는 MS의 운영체제인 포켓 PC기반의 '액심 X5'란 PDA를 선보이며 PDA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휴렛팩커드(HP)도 아이팩 신제품과 함께 블루투스와 무선 랜이 장착된 첨단 PDA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간을 위한 IT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인간의 제스처만으로도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획기적 입력 방식인 'G윈도'의 연구가 성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소개했다.
'G윈도'가 상용화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가상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기는 장면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MS는 현재의 태블릿PC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 PC를 기울이면 자동으로 화면의 글이 내려가거나 사용자와의 거리에 따라 글씨 크기가 자동조절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참가 기업들의 가격정책도 주머니가 얇아진 고객들을 위해 '인간적'으로 변했다. 과거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 기술을 개량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휴렛팩커드(HP)는 299달러짜리 PDA인 아이팩 'H1910'과 지문인식 기능 등을 지원하는 699달러짜리 아이팩 'H5450'을 내놓았다. 또 맥스터사는 4분 분량의 MP3파일을 6만2,500개까지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저렴한 가격인 399달러에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뜨거웠던 휴대폰 경쟁
전반적인 침체분위기와는 달리 휴대폰에서는 세계 1위인 노키아와 3위인 삼성전자의 치열한 전시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팜 운영체제를 PDA에서와 똑같이 구현한 지능형 복합단말기와 MS의 운영체제를 채택한 단말기를 전시했다. 이 제품은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 접속, 이메일 송수신 등 PDA 기능이 가능해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삼성전자는 또 "매년 미국시장에서의 휴대폰 판매량이 급증, 2002년에는 900만대 수출이 무난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노키아도 삼성전자에 맞서 동영상을 15초 동안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폰을 선보였다. 또 자판을 통해 각종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휴대폰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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