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는 자서전을 낸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정 대표는 지난 8월16일 지리산 등반에 나서면서 "혁명적 수준의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며 대선 도전의 포부를 밝힌 지 100일만에, 9월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지 70일만에 중도 하차하는 시련을 겪게 됐다.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그가 25일 새벽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2007년 대선 도전을 위해서는 이미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선 행보는 정치 아마추어의 새 정치 실험, 재벌 출신의 대권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성공 여부가 주목받았으나 결국 좌절됐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로 상승세를 타던 그는 8·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 맞서는 양강 후보로 자리매김되기도 했다.
지난 100일은 정 대표에게 기나긴 세월이었다. 출마선언 당일 생모 시비로 눈물을 뿌렸던 정 대표는 '재벌 대통령' 불가론, 현대전자 주가조작 개입 시비, 화법에 빚댄 '허무 개그' 유포 등에 시달려야 했다. 통합21은 11월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했으나 현역 의원 영입에 실패해 '나홀로 원내 정당'을 벗어나지 못했다.
출마 선언 직후의 언론 검증 등도 큰 탈 없이 넘겼던 그는 10월 20일께부터 지지율 하락의 아픔을 겪었다. 4자연대 무산 등에 따른 세력화 실패, 상대 후보측의 꾸준한 공세에 따른 이미지 훼손 등이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단일화 논의에 착수해 결국 후보직에서 밀려나게 됐다.
그는 단일화 패배에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신사' 이미지를 남겼다. 하지만 당초의 중도하차설을 불식시키지 못함으로써 믿고 따를 수 있는 '장수'같은 지도자 이미지는 심어주지 못했다. 25일 당직자들이 "잘못 모셔 죄송하다"고 말하자 정 대표는 "인생이란 권력이나 자리를 탐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성취를 통해 자신의 자유를 쟁취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낮 당직자 2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당이 곧 없어진다는 것은 옛날식 사고"라며 "통합21은 특정 개인의 정당이 아니므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행(金杏) 대변인은 "통합 21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선거 공조를 한 뒤 내년 총선에 대비하고 그 다음 대선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21 내부에서는 민주당과 통합21간의 합당을 주장하는 인사들도 있으나 정 대표는 합당에 부정적이다. 정 대표는 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데도 소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측은 "타당 인사가 노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는 게 선거법에 어긋난다면 맡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노선에서 차이가 있는 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차기 대선 행보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서의 지위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정 대표는 대선후보로 등록하지 않게 됨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 대표는 정국 구상을 위해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와 함께 25일 오후 2박3일간의 설악산 등산길에 올랐다. 28일 서울로 돌아오는 그가 어떤 보따리를 갖고 올지 주목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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