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을 다시본다](7) 중국 주변외교의 핵심 한반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을 다시본다](7) 중국 주변외교의 핵심 한반도

입력
2002.11.26 00:00
0 0

중국에서 큰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을 핵심으로 하는 3세대 지도부가 물러나고 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전문 기술관료들이 공산당 권력 핵심부를 장악하게 됐다. 당헌을 개정해 노동자와 농민뿐 아니라 민간 자본가와 지식인들도 당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공산당이 혁명정당이 아니라 전 중국인의 이익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집권정당으로 변모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병력을 보유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과는 군사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이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국의 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가 됐다.한국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에서 지도부가 개편되고 자본가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지도이념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한·중 관계에도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胡 총서기 등이 이끄는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할 것인가.

■4세대의 한반도 정책은?

중국은 당분간 경제건설 등 대내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 뿐 아니라 江 주석이 외교안보정책을 막후에서 조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유지돼 온 한반도 정책의 기본 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도록 하면서 남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탈북자의 중국 진입을 저지하는 한편, 한국이 미국과 연합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가 되지 않도록 북한과 동맹관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물론 4대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경제교류·협력을 확대하는 데도 중요한 비중을 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과의 군사안보협력 확대도 당연한 추세가 될 것이다.

중국 새 지도부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00년 대비 4배 늘린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국민 1인당 소득도 현재의 1,000달러에서 3,000∼4,000달러로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면 중국은 직·간접적으로 한반도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주변지역 중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를 3대 안보위협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반도 불안정은 미·중 관계를 악화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발전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에서 급격한 변화나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다. 중국의 발전에 한반도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포기 안 해

한반도는 과거 해양세력이 중국을 침략하는 경로로 활용됐다. 49년 사회주의 정부 수립 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100만 명 이상의 군대를 한국전에 투입해 미국과 전쟁을 치른 것도 안보위협 우려 때문이었다. 胡 총서기 지도부는 한반도가 중국의 안보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이 중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한반도에 대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기존의 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한반도 문제가 중국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중국이 북한에 곡물, 코크스, 원유 등 전략물자를 지원하는 이유도 북한이 갖는 안보 전략상의 중요성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 같은 중국의 잠재적 안보 위협국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면 중국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더욱이 북한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다면 90년 동독이 무너진 후 1년여 만에 소련이 붕괴된 것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중국은 북한에 최소한도의 전략물자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을 중국의 영향력 범위 내에 묶어두려고 노력해 왔다.

■북한 핵 문제와 대미 관계

이같은 기조에 따라 중국 새 지도부는 북한 핵 문제 처리 과정에도 적극 개입할 태세다.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미국의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북한 핵 문제 처리 과정에서 미국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한반도에서 갈등이 심화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외교 실무자들이 탕자쉬앤(唐家璇) 현 외교부장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담당자라는 점은 중국이 대미 관계를 최우선시하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실은 4세대 지도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분간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중재외교를 펼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내년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 참여 문제와 대북 정책 등을 둘러싸고 한·중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미국의 TMD 방어망에 참여한다면 중국은 심각한 위협을 느껴 한국에 대해서도 미사일을 겨냥할 수 있다. 그러나 4세대 지도부가 한국과의 군사안보 교류·협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군 지도부간 교류를 중단함으로써 불만을 보일 수는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일본 견제, 한·미 동맹 약화, 북한 견제 등의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남북한과 지속적 등거리 외교

중국은 61년 냉전기 북한과 체결한 군사동맹조약을 아직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 개입조항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한다. 중국은 이러한 대북한 관계를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16大에서 한국전 참전 경험을 가진 군 지도부가 모두 퇴진한데다 공산당 지도이념의 변화에 따라 북한 노동당과의 이념적 유대 관계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중국과 북한 관계의 갑작스런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 4세대 지도부는 남북한과 등거리 정책을 취해 한반도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려 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은 남한에 의한 북한 흡수통일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으며 지속적인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한국은 동북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강대국인 미·중 양국 간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경제발전과 평화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남북한 평화공존과 한반도 통일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외교안보 논리를 개발해야 할 때다.

신상진(申相振)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차이나 핸드북/ 서방이 우려하는 "중국 5대위협론"

중국이 외교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서방의 논리는 '중국 위협론(China Threat)'이다. 1990년 초반부터 미국과 일본 전략가들이 제기한 중국 위협론은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중국 위협론은 영역별로 크게 5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 중국의 일당독재 정치체제에 주목하는 '전체주의 위협론'이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 국가들이 대규모 전쟁을 촉발했다는 데 근거를 둔 이 주장은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민주화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군사적 위협론'이다. 이 주장은 92년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구획한 영해법 선포와 대폭적인 군사비 증액을 중국의 팽창주의 의도로 해석한다.

셋째는 '중국경제 도전론'으로 20여 년 간 연평균 9.4%에 이르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주목한다.

넷째는 중국의 내재적 위기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면 위기론'이다. 중국이 개혁실패와 인구증가, 식량부족, 환경파괴 등으로 붕괴하거나 심각한 위기에 빠짐으로써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마지막은 유교와 전제주의적 전통에 기반한 중국의 의식형태가 서방 가치관이나 이익에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는 '중국문명 위협론'이다.

중국은 중국 위협론이 탈냉전과 함께 대두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이 미국의 '적대국 결핍증'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패권 경쟁자로 규정하고 전세계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과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국 위협론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평화공세를 벌여 왔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