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일본 민중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본 것입니다. 두 번 다시 전쟁과 핵무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바람까지 담아서 말입니다."원자폭탄 피폭 소년의 삶을 그려 일본에서만 5,000만 권 이상이 팔린 만화 '맨발의 겐'의 작가 나카자와 케이지(中澤啓治·63·사진)씨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21∼24일 국내 초연한 일본 뮤지컬 '맨발의 겐' 관람을 위해 방한한 그는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창작배경과 방한소감 등을 밝혔다.
그는 "8월 만화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을 때 오고 싶었지만 피폭 후유증인 당뇨병 증세가 심해 포기했다"며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한 한국에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한 내 작품과 뮤지컬이 소개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1973∼87년 일본만화잡지 '소년점프'에 연재된 '맨발의 겐'은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피해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큰 화제를 모은 작품. 당시 6세였던 작가는 원폭 투하지점에서 불과 1.3㎞ 거리에 있었지만 콘크리트 담 밑에서 놀다가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연극인이었던 아버지 역시 감옥에서 1년6개월 고초를 겪은 반전운동가"라는 그는 "정치적 목적에서 행해진 전쟁의 결과가 결국 무수히 많은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폭 투하로 죽은 주인공 겐의 아버지와 형제 등 만화의 80%는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비난을 각오하고 그린 이 작품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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