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5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직접 나서서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단일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폈다. 이날 고위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과 핵심 당직자들은 다소 굳은 표정을 지은 채 평소와 달리 1시간 이상 길게 회의를 하는 등 노 후보를 겨냥한 대선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한나라당은 우선 이번 대선의 의미를 '부패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고, 노 후보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후계자로 몰아 단일화 효과에 따른 노풍(盧風) 재점화를 조기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후보는 인천방송 토론회에서 "대선은 부패·무능하고 난마 같은 정권의 유지냐, 아니면 새로운 정권으로의 교체냐의 대결로 압축됐다"고 '노 후보=DJ 후계자' 이미지 고착화를 시도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노 후보는 5년간 나라와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 부패 정당의 후보이자 DJ의 충직한 계승자임을 자처해 온 사람"이라며 "6월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 이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전대미문의 여론조사에 의한 속임수 정치쇼식 후보 결정과 자리 나눠먹기, 구태로 정치 혐오감만 부추겼다"고 후보단일화 자체를 공격, 노 후보의 '낡은 정치 대 새 정치' 주장을 무디게 한 뒤 "단일화는 소수 친노(親盧) 그룹의 축제이자 1일 천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그 동안 자제해 온 '보수 대 혁신' 구도를 강조해 보수세력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인천방송 토론에서 "이번 대선은 급하고, 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경험·경륜이 있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보수 결집을 겨냥했다. 한편으로 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가 이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는 등 건전한 중도개혁 이미지 강조도 병행, 노 후보 지지층 잠식에 나섰다. 이 후보도 이날 오후 평화방송 대담에서는 "노 후보 진영에도 보수가 있고 우리 진영에도 합리적 진보가 있어 진보 대 보수 대결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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