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업계와 은행에 '2003년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2003년 문제'란 도쿄(東京) 도심에 건축 중인 초고층 업무용 빌딩들이 내년 초 한꺼번에 완공돼 임대료와 지가가 폭락하고 은행에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내년에 공급될 도쿄의 초고층 업무용 빌딩의 연면적은 60여만 평으로 도쿄 돔 야구장 46개에 해당한다. 거품경제가 최고조였던 1980년대 말의 두 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신규 공급 물량이다.
일본 정부가 국영철도회사의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1998년 국철 보유 노른자위 땅을 일제히 매각했고 부동산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여 착공한 빌딩들이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심각한 불경기로 기업 도산과 합병 등 구조조정이 진행돼 9월 도쿄의 업무용 빌딩 공실률은 5.3%로 1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올라가 있다. 내년에는 11%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990년 초 평당 월 4만엔 대이던 도쿄 도심의 사무실 임대료는 최근 1만 9,000엔 대로 떨어져 있지만 내년에는 더욱 떨어져 전체 부동산 가격의 동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임대료와 지가하락은 디플레이션을 더욱 악화하고 부동산 담보가치가 하락해 은행에 새로운 부실채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업무용 빌딩의 일부를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부동산 거래세를 경감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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