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와 바지는 원래 '성(性)의 구분'과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복의 변천사를 보면, 고대에는 남녀 구분 없이 따뜻한 지방에서는 치마를, 추운 지방에서는 바지를 입었다. 그러다가 기마(騎馬) 등 전쟁기술의 필요와 노동의 편리성에 의해 남성에게 먼저 바지가 보편화했지만 특권층에게는 오래도록 환영받지 못했다. 18세기 영국의 전쟁영웅 웰링턴 장군이 런던의 사교클럽에 바지를 입고 들어가려다 쫓겨난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성의 차별'이 본격화한 이래 시기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동·서양에서 모두 '치마=여성', '바지=남성'의 등식이 굳어졌다. 평민이나 천민계층의 경우 여전히 노동의 편리성과 실용성 때문에 여성도 바지를 입었지만 '정숙한 여인'은 치마만을 입어야 했다. 우리나라도 원래는 남녀의 기본복장이 저고리와 바지로 같았으나, 여성의 바지는 고쟁이로만 남았을 뿐 어느덧 여성의 기본복장은 저고리와 치마가 되었다.
■ 치마입기를 거부한 여성운동가들 덕인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에게 치마입기를 강요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오히려 커리어우먼에게는 바지가 더 어울리는 것 같은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점차 여성 생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사관학교의 경우도, 전투복과 근무복은 남성 생도와 똑같이 바지를 입고 정복과 예복에는 치마와 바지 두 종류가 있다. 작은 행사일 때는 생도들이 의논해서, 큰 행사일 때는 학교장의 결정에 의해 어느 것을 입을지 정한다고 한다.
■ 그런데 유독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직도 여학생에 치마만을 입기를 강요하고 있다. 그래 놓고 여름철에는 "치마 속에 달랑 속옷만 입으면 안된다"며 여학생들을 더위에 절게 만든다. 반대로 겨울철에 여학생들은 아무리 추워도 내복을 입지 못하고 스타킹밖에 신을 수 없다. 일부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여학생에게 치마와 바지 두 종류의 교복에서 선택하도록 하면 안될까? 한발 더 나아가 여름철에는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시원하고 또 활동적인 반바지를 교복으로 허용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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