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설치 요건에 대한 법규상의 해석차이로 무산 위기에 놓이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경북대, 대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전국 7개 대학에서 부재자투표 신청자수가 법적 요건인 2,000명을 넘어서 대학 내 부재자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일선 선관위 측에서 일부 대학들에 대해 부재자 투표 신청 학생들의 '거소지(居所地)'가 같은 동(洞)으로 일치돼 있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최초의 대학 내 부재자 투표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거소지 제각각 기재' 선관위 난색
현행 선거관리규칙 68조 2항은 '해당 읍, 면, 동에 거소를 둔 부재자 선거인수가 2,000명을 넘는다고 예상될 때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용어상 거소지는 '생활의 본거지는 아니지만 머물러 있는 곳'을 이르는 말.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전체 신청자 2,056명 중 절반에 이르는 학생들이 신청서 내의 거소지를 학교 인근 하숙집, 자취집 등 제각각의 주소로 기재한 상태. 때문에 선관위는 신청자들을 '같은 동에 사는 거소인'으로 볼 수 없어 투표소 설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관악구 선관위 관계자는 "학교 주소지인 신림 9동과 다른 주소를 적은 학생이 각 1,000여명씩에 이르러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경북대 역시 거소지 주소를 학교 이외의 곳으로 적어 낸 학생이 전체 신청자의 30%에 달해 투표소 설치가 어려워진 상태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투표 신청을 받을 때는 아무 언급도 없다가 이제 와서 학생들의 행정착오를 걸고 넘어가는 것은 황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대 '대학생 유권자캠페인' 대표 김대성(金大成·23)씨는 "6·13 지방선거 당시에는 구선관위가 제기동, 안암동, 종암동 등 고대 재학생들이 거주하는 학교 일대 지역을 동일 거소지로 인정하기로 했었다"며 "선관위는 '거소지' 개념을 확대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북대 '유권자운동본부' 김영도(金榮徒·25)씨도 "선관위가 앞장 서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연세대 등 동반보이콧 가능성
한편 연세대, 대구대 등은 부재자 신청서의 거소지를 학교 내의 기숙사, 단과대 사무실 등으로 통일해 부재자 투표함 설치 요건을 갖췄다.
이들 대학 역시 부재자 투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위해서는 투표기간(12월12∼14일) 이전에 각 대학 총장이 각 시·군·구 선관위에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서면으로 공식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당국과의 의견 조율 문제가 남아 있다. 게다가 타 대학에서 거소지 문제 때문에 부재자 투표가 무산될 경우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학생들의 동반 '선거 보이콧'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고려대 안호용(安浩龍·48) 학생처장은 "학생들의 투표 참여의지는 높이 평가한다"며 "일단 선관위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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