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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유전자은행, 인권침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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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유전자은행, 인권침해인가

입력
2002.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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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검이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성폭행범 등 범죄자의 유전자은행 설립을 제안, 인권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시민단체도 "사생활을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는 제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전정보의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개인식별을 위한 유전정보와 개인차별 소지가 있는 유전정보는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규제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일반적 인식과 달리 개인식별을 위한 유전자검사는 개인의 특성(유전형질)을 알아내는 유전자 검사와는 차이가 있다. 유전정보를 이용한 개인식별은 짧은 염기 반복(Short Tandem Repeat·STR)을 비교하는 방법을 쓴다. 사람의 유전체 속에서는 GTAGTAGTAGTAGTA처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GTA가 19번, 어떤 사람은 21번 반복되는 식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인간 유전체의 30억개 염기 중 어느 부위에 이러한 반복이 있는지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어서 10여곳만 비교하면 다른 사람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4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유전자검사는 혈액형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식별력이 높고 지문이나 마찬가지여서 'DNA지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유전자검사는 198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영국 미국 일본 등이 범죄해결을 위한 유전자은행을 운영중이다.

법의학자인 이숭덕 서울대 의대 교수는 "STR 유전정보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바깥에 있기 때문에 유전형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즉 개인을 식별하는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어 용도로 따진다면 지문과 똑같다"고 말한다. 흔히 유전자정보 공개의 문제점으로 질병 관련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보험가입을 거부당하거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 등이 지적돼 왔는데 STR 유전정보는 이 같은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유전정보의 오·남용은 전혀 다른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바로 단일염기변이(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NP) 연구다. 단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가리키는 SNP는 사람에 따라 심각한 돌연변이부터 질병에 걸릴 가능성과 약효의 차이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어 최근 이 연구가 집중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SNP는 훨씬 여러 곳을 비교해야 개인식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없지만 정보가 계속 집적되면 개인식별도 가능할 수 있다. SNP는 STR과 달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부분에 고루 퍼져 있기 때문에 개인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문제가 표면화할 수 있다. 때문에 이 교수는 "많은 SNP정보가 집적될 수 있는 대단위 규모 연구에 대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유전정보의 관리에서 정보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시료의 관리"라고 주장한다. 즉 개인식별을 위한 유전정보 자체는 개인권익을 침해할 위험이 낮으므로 오히려, 다른 목적으로 시료를 검사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전자은행을 실시하는 나라들은 시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전자감식 담당자들이 시료의 바코드만 알 뿐, 인적사항 데이터베이스에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교수는 29일 서울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리는 '제3회 인간유전체연구의 윤리·법·사회적 함의(ELSI) 세미나-생명과학기술과 규제'에서 '개인식별과 유전자정보의 관리'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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