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수해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강원도에도 대선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뻔한 결과'라며 냉랭했던 분위기는 22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 (鄭夢準) 후보의 TV토론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조직 대 바람 한나라당 도지부는 이달 초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득표율 목표를 15대 대선 때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은 65%로 잡았다. 6·13 지방선거에서 지사는 물론 1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5명, 43명의 도의원 중 33명을 당선시킨 여세를 잇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말깨나 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나라당 편"이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지역 분위기를 잘 요약하고 있다.
그러나 강릉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박종원(朴鍾元·38)씨는 "구 정치인들과 달리 정 후보는 대통령이 된 뒤 돈 문제로 말썽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강장성(姜長成·80·고성군)씨도 "돈 많은 정 후보는 도둑질은 안 할 것"이라며 "정 후보는 아버지 고향이 강원도여서 꽤 인기가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조직면에서 국민통합21은 도내 9개 지구당 중 7개 지구당을 비워 놓은 상태이다.
민주당도 사정이 비슷하다. 16대 총선에서 5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지만 현재 노 후보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원주의 이창복(李昌馥) 의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노사모와 20대 등을 중심으로 한 지지 열기는 무시하기 어렵다. 한계령 입구에서 휴게소를 하는 김기철(金基喆·47)씨는 "이 후보처럼 귀족적이고 서민 아픔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노 후보같이 개혁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서민도 잘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변수 도내 여론조사기관인 강원사회조사연구소 천남수(千南秀) 조사부장은 "강원도는 보수적인 데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 등으로 그동안 이 후보 지지가 우세했다"며 "후보단일화가 유일한 변수로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예측불허의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 후보 지지자들은 지지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탈락할 경우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노사모 회원인 송수진(宋水珍·33·속초)씨는 "노 후보가 가장 바람직한 대통령감이라고 확신하지만 후보단일화도 의미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퇴직공무원인 오모(62·춘천시 석사동)씨는 "정 후보를 지지하지만 노 후보로 단일화하면 이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국민통합21 최욱철(崔旭澈) 도지부장은 "정 후보로 단일화하면 노 후보 지지자는 '반창 연대' 차원에서 대부분 정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노 후보로 단일화하면 정 후보 지지자 중 상당수는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릉=이동국기자 east@hk.co.kr
■ 제주
제주 지역 유권자는 39만명으로 전체의 1%를 겨우 넘는다. 대선 후보들이 전국을 누비면서도 이 지역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후보의 상대적 무관심만큼이나 유권자들의 관심도 낮다. 그동안 이 후보 우세 분위기가 있긴 했지만 편차가 크지 않아 후보단일화 이후의 우열은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주부 이모(59·제주시)씨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정 후보나 당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노 후보 모두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다"며 "안정감 있는 이 후보가 제일 낫다"고 말했다. 모 전문대 김모(54) 교수는 "국제감각도 뛰어나고 다른 사람에 비해 경제문제도 잘 풀 정 후보에 호감이 간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노 후보나 정 후보를 좋아하고 민주당 지지세도 괜찮은 지역이지만 그래도 이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노풍이 민주당 제주 경선에서 점화했다는 점에서 노 후보 지지 열기도 남아 있다.회사원 신모(33)씨는 "제주도는 원래 특권층을 싫어하고 서민적 사람을 좋아한다"며 "우리 집에도 아버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고 어머니와 3형제는 모두 노 후보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대권(鄭大權) 도지부장은 "당장은 이 후보가 우세하지만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5% 이내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주=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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