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갖고 해를 넘겨라.' 지난 주말 2개월 만에 강력한 저항선이던 700선을 장중 한때 돌파하면서 연말연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 나스닥지수가 8월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미국증시도 경기지표 호전과 내년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벌써 1조원 이상을 순매수, 연말 랠리를 염두에 두고 매수기조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고객예탁금이 여전히 8조원 대에 머물러 있고,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에도 불구, 증시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시가 대통령선거 이후 강세를 보였다는 경험과 연말연시 기대감을 감안할 경우, 내년 1분기 중 800∼850선 안팎의 단기 유동성 랠리는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명에게서 연말연시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1분기 지수 고점 750∼1,000 예상
지수 방향에 대해선 모두 상승 쪽에 무게중심을 뒀지만, 그 폭과 시기에 대해선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가장 낙관적인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내년 1분기 고점을 1,000포인트로 잡았다. 그는 "어느새 700이 가까웠다. 미국시장이 안정된 데다 외국인이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어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도 연말 대선을 계기로 한 상승세가 내년 1분기 랠리로 이어져 최고 850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표적 비관론자인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시장의 저평가가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없어 연말연시 큰 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내년 상반기 520∼77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본부장은 "내년 3월까지는 수출, 내수 모두 좋지 않기 때문에 720∼750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3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하반기 중 최고 1,035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내수 둔화와 수출 회복 정도
본부장들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가계부실 문제와 수출 회복세를 많이 지적했다. 굿모닝신한 이 부사장은 "미국의 경기불안에도 불구, 중국 등 아시아지역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기업 수익이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소비둔화가 이어지겠지만,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 조 부사장도 "내수 둔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겠지만, 급냉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반기 이후 수출과 투자가 경기를 견인하면서 견실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LG 박 상무는 "차입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출발한 가계소비는 거품붕괴 사이클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시장도 달러화 약세 탓에 기업 매출액 증대의 보호막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실적 추정 결과, 내년 매출액 증가율이 5.4%에 그쳐 증시가 크게 상승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우 전 본부장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의 수익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 보면 절반 이상이 내년 3분기나 돼야 이익 모멘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달러 약세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산타랠리가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본격적인 상승을 위해선 미국경기와 증시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대이라크 전쟁에 대해선 영향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시장지배력 큰 종목 유망
LG 박상무는 "취약한 수요기반으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두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업종이나 테마중심의 종목보다는 시장지배력이 크거나 진입장벽이 높아 배타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한 개별종목에 집중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굿모닝신한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보다 덜 오른 업종대표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대우 전 본부장은 경기에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식음료 등 생필품주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철강, 조선, 화학주를 추천했다. 그는 "정보기술(IT) 관련주가 계절적 수요와 중국 수출이 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3분기는 돼야 본격 회복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IT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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