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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오영교 KOTRA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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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오영교 KOTRA사장

입력
2002.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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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는 사상(思想)이 없습니다. 비즈니스는 정치나 외교에 앞서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최근 미수교국인 쿠바와 정부투자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무역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돌아온 오영교(吳盈敎) KOTRA 사장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두 나라의 교역이 급속히 진전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쿠바측도 우리나라와의 직접적인 교역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현지 무역관 개설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 사장은 올들어 해외 출장을 12차례, 78일간 다녀왔다. 지난해에도 4월 취임이후 매달 1∼2차례의 빠듯한 출장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정신 없이 보냈다. 방문지마다 이러저러한 목적이 있지만, 핵심은 한국상품 세일즈와 해외투자 유치활동이다.

"힘들지만 보람 있고 재미있어요. 한국과 한국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국내에는 아직도 내수에만 의존하고 수출에 눈을 돌리지 않는 기업이 많습니다. 이들이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마케팅과 바이어 교섭, 계약에 이르는 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이 KOTRA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오 사장은 이런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현장 중심으로 KOTRA조직을 개편했다. 본부 인력 62명을 빼내 해외 무역관으로 전진 배치했다. 그 결과 통상직 가운데 본사 인력(210명)보다 해외 인력(306명)이 1.5배 많아져 인력구조가 역전됐다.

"수출확대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수요는 해외 현장에 몰려 있는데 중요한 인력들을 본사에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게 오 사장의 설명이다.

본사가 주도하던 사업추진방식도 해외 중심으로 바꾸었다. 세계 시장을 권역별로 관할하고 있는 8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을 자율적으로 현장에서 완결하도록 했다.

조직 개편과 함께 오 사장이 강조한 것은 성과였다. "꿩 잡는 게 매다." 오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 말을 즐겨 한다고 했다. 해외 무역관에 연간 수출과 투자유치 목표를 부여해 반드시 달성하도록 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했다.

이 같은 성과 중심의 경영은 인사 관행도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선진국을 무조건 선호했으나, 이제는 실적이 많이 날 수 있는 곳을 지원하는 직원이 많아졌다. 최근 인사에서 전통적인 선호지역인 북유럽은 기피 대상이 된 반면, 최빈국인 방글라데시 무역관장 경쟁률은 4대 1이나 됐다고 오 사장은 소개했다. 생활은 불편하더라도 사업 가능성이 많은 곳을 찾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오 사장은 올 4월 공기업사장 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에서 1위를 차지, 취임 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 상공부와 산업자원부 시절 수출과 무역을 담당했던 경험이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보다 매력이 있어요. 정부에는 형식이나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여기서는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절차를 과감하게 무시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그는 결혼 직후부터 20년 넘게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 산다. 자신이 외아들인데다, 집안이 넉넉한 편이어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많은 CEO들이 꼭두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 데 오 사장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원칙으로 지키고 있다. 직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주말에는 북한산과 서울 근교 산에 자주 오르는 편이고, 골프는 출장이 잦아 자주 하지는 못한다. 한때는 스키를 즐겼는데 갈수록 교통 체증이 심해져 스키장 행도 뜸해졌다.

/글=김상철기자 sckim@hk.co.kr

사진=배우한기자

● 오영교 사장은 누구

1948년 충남 보령

1966년 대전 보문고 졸

1973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

1972년 행시 12회 합격

1988년 상공부 무역정책과장

1997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1999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1년 KOTRA 사장

● KOTRA는

KOTRA의 한글이름은 없다. 굳이 한글로 옮긴다면 과거에 썼던 대한무역진흥공사 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다. 전에는 항상 한글이름 뒤에 따라붙었던 영문이름이 오영교 사장 취임 후 대내외의 유일한 공식명칭이 됐다. KOTR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역과 투자진흥을 위해 정부가 투자해 설립한 비영리법인다. 수출시장 개척, 외국인투자 유치, 엑스포(박람회) 참가 등 정부 위임사업을 수행한다.

해외 현장 업무가 중심이어서 조직도 해외에 많다. 11월 현재 해외 무역관은 73개국에 99개가 설치돼 있다. 민, 관을 막론하고 국내 기관 가운데 외교통상부의 공관을 제외하고는 해외에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중 최대의 해외 조직망을 자랑하는 종합상사 삼성물산(55개국에 82개 지사)도 KOTRA를 따라가지 못한다.

KOTRA의 예산은 대부분 국고에서 지원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0.5% 늘어난 1,183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여기에 자체 수입 183억원을 합해 내년도 전체 예산은 1,366억원이다.

KOTRA는 영리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수익성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각종 해외마케팅 사업을 통해 100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외국인투자도 국가 전체의 54%인 64억달러를 유치했다고 KOTRA는 밝혔다.

지난해 생산성본부의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선 만년 꼴찌를 탈피, 3위에 올랐다. 올 4월 기획예산처의 13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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