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 작업이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00m씩 남겨 둔 상태에서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북한군과 유엔사가 서로 획기적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현 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꼽은 경의선 철도 연결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차질의 직접적 원인은 정전협정에 따른 DMZ 관할권 문제이지만 북미관계 악화가 바닥에 깔려 있다. 경의선 연결공사가 삐끗함으로써 내달초 개통 예정인 동해선 임시도로는 물론, 개성공업지구 착공, 북한의 금강산 특구 지정 등에도 악영향이 미칠 공산이 크다. 굵직굵직한 남북협력 사업에 연쇄 이상 신호가 켜짐으로써 북한 핵 정세를 견제해 온 남북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게 됐다.
유엔사와 북한은 앞으로도 철도·도로 연결 무산과 정전협정의 유효성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한미간 교섭으로 북한측 검증단 명단을 유엔사가 아닌 한국군에 통보하도록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측은 지뢰제거 작업에 미군의 개입을 일절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상호 검증을 거부한 의도이다. 단순한 절차상의 불만이 아니라 정전협정 전면 부정, 나아가 철도·도로 연결 반대의 메시지라면 지뢰제거는 고사하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여중생 사망사고 무죄판결 등에 따른 반미감정을 이용해 한미관계 이간을 획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겠다는 징후는 아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경우든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일 수밖에 없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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