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20일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이어 22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게도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질 가해자는 없다'는 기이한 결론으로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재개정을 요구하고 시민단체들도 국제 여론에 직접 호소할 계획이어서 이 문제가 한미간 뜨거운 현안으로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이날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내 주한 미8군 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이틀째 속개된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에서 미군 장교와 하사관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워커 병장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했다. 이로써 이 사건에 대한 법적 처리 과정은 완전히 종결됐다. 워커 병장은 평결 후 "행복하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유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에서 미군 검찰측은 "숙달된 운전병인 워커 병장이 관제병과 수시 통화하지 않고 통신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시야가 제한된 운전병에게 위험요소를 알려주는 통신장비마저 고장나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30분께 한총련 대학생 40여명이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앞길에서 "무죄 평결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단지 1,000여장을 뿌리고 준비해 온 대형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 회원 80여명도 캠프케이시 앞에서 사흘째 시위를 계속했다. 주한미군 범죄근절본부도 성명을 내고 "한미 당국이 시민단체와 함께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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