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으로 사망한 1,715명이 정부에 의해 희생자로 지정됨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2000년 1월 '4·3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지 2년10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들 희생자의 유족들이 반세기 이상 겪어온 고초와 악몽이 끝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우며, 또한 제주도 지역사회와 국가차원에서도 화합의 거보로 평가하고 싶다.그러나 4·3희생자의 명예회복 조치는 이제 첫 단계일 뿐이다. 신고된 희생자는 사망 1만715명, 행방불명 3,171명, 후유장애 142명 등 모두 1만4,028명이다. 이번에 희생자로 지정되어 명예회복이 된 사람은 일부분이다. 정부는 엄격한 조사와 개별적인 심사로 희생자를 지정하고 있으나, 그 기준에 대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건에 연루되거나 한국전 당시 예비검속으로 수형생활을 했던 사람은 희생자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4·3사건의 발단은 정부수립 이전의 일이다. 또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것도 정부수립 후 1년 동안으로 민주적 사회질서가 확립되기 이전이다. 때문에 가족들 중에는 수형생활을 했는지조차 모르며, 또한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사실확인이 되었는지 의문이 가는 점이 많다. 정부는 심사과정을 통해 희생자에서 제외되어야 할 증거가 없는 경우는 희생자로 간주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4·3희생자 심사 기준을 놓고 보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반대와 저항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신고된 사망자 중에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814명이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심사기준의 갈등을 푸는 것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특별법의 취지가 화합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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