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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떠나는 자와 남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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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떠나는 자와 남는 자

입력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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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을 낸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흥분과 함께 나라의 명예가 걸려 있다는 사명감도 남다르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난 뒤 치르는 고별전은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20일 한국과 브라질의 A매치를 보면서 내 고별 무대가 떠올랐다. 나는 86아시안게임 결승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은 뒤 아듀를 고했다. 홍명보와 황선홍은 브라질전이 마지막 경기였다. 둘은 세계최강을 상대한 탓에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는 듯 했다. 서른을 훨씬 넘긴 홍명보가 한창 물오른 호나우두(26)를 쫓아다니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아킬레스건을 다친 황선홍도 짧은 시간이나마 최선을 다했다.

내가 고별전을 치를 때 나이는 34살이었다. 이들도 진짜 나이는 34살 동갑이다. 웬만큼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팔팔한 선수들을 따라 잡기 힘들 때다. 영원한 태극전사로 남고싶다는 둘은 "능력있는 후배들이 많아 든든하다. 그러나 한단계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전국체육대회 역도 무제한급에서 3관왕을 차지한 김태현(33)은 "나를 이을 만한 후배들이 없어 선뜻 선수생활을 접기 힘들다"고 했다. 둘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이천수 박지성 최성국 정조국 등 젊은 피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지만 선배의 노파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젊은 혈기를 앞세워 무쇠라도 녹일 듯 자신감에 차 있지만 과연 거친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후배들이 부상에 따른 좌절 등을 딛고 자신들보다 더 오래 태극마크를 유지하는 건 물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얘기다. 실제 둘보다 더 낳은 기량을 자랑하다 중도에 꺾인 유망주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이제 10년 이상 한국축구를 지탱해 온 2명의 거물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리고 태극마크는 후배들의 몫이 됐다. 후배들은 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선배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인내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더 크게 자라는 후배는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전 축구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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