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근진(李根鎭) 한나라당 의원이 길거리 흡연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57명 의원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하면서 '길거리 흡연 규제'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금연운동단체들은 불쾌감 및 비흡연자의 간접피해를 들어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애연가들은 길거리 흡연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광영(李光榮)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과 한종수(韓宗秀)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박은형기자 voice@hk.co.kr
● 찬성 / 이 광 영 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혼잡한 밀집지역에서의 흡연은 닫힌 공간에서의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광영 부회장은 "다중밀집지역에서의 담배 연기는 그대로 주위 사람들의 폐로 빨려 들어 가게 된다"며 "실험을 통해서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담배 연기는 흡연자 못지않게 비흡연자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길거리에서 피는 담배는 버려지는 것이 보통으로 길거리 이곳 저곳과 지하철 계단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환경미화원들의 골칫거리"라며 "주위 사람들의 옷에 구멍을 내고 한 여름엔 살갗에 화상을 입히기 십상이며 달리는 차 안에서 내던진 담배꽁초는 뒤따라 오는 차에 불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길거리 인체유해 요인을 따지자면 담배연기보다 오히려 자동차 매연이 더 심하다고 하지만 담배연기가 더해질 때 그 피해가 상승작용을 하게 된다"며 "담배가 건강을 해치면서 습관성을 갖는 대마초나 마리화나 못지않은 마약성분이 있어 길거리에서의 흡연은 담배를 피는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미 1996년 8월 23일 클린턴 대통령이 '담배는 마약'이라고 선언하며 담배 없는 사회 건설에 발벗고 나섰고, 선진국에서는 길거리에서의 흡연을 떳떳치 못한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담배가 마약의 일종이며 그 폐해가 자신만이 아닌 가족과 이웃에게 가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길거리나 다중밀집지역에서의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한 종 수 담배소비자보호協 사무총장
"담배를 피울 곳도 버릴 곳도 없이 건물 밖으로 쫓겨난 애연가들은 이제 어디로 가란 말인가?"
한종수 사무총장은 "당초 금연구역은 실내에서 흡연으로 인한 공기오염과 이로 인한 비흡연자의 직·간접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역"이라며 "사회활동을 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자의 70% 이상이 담배를 피우는데도 소수를 위해 규제를 감수하고 있는 마당에 길거리 흡연까지 막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흡연피해보다는 오히려 오존경보의 주범인 냉매제와 자동차 매연, 각종 산업· 생활 매연이 더 위험하다"며 "인명 피해가 예상되니 거리의 자동차 운행을 전면중지 시키고, 돌발적 사고를 막기 위해 건축공사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쿄의 한 자치구에서 행한 거리흡연규제법은 일본 전체로 보면 극히 시험적인 사례에 지나지 않고 도쿄의 중심가에는 10m마다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재떨이가 마련돼 있어 사실상 이러한 법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길거리에 재떨이 몇 개 마련해 두면 될 일을 가지고 지자체와 주민간에 금·흡연 갈등과 대립을 부채질하는 전시효과적 법안제출은 마땅히 철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며 인간의 권리에 대한 규제는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담배소비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자체가 자진해서 조례를 만들어 주민들을 규제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제출된 개정안은 많은 사람이 다니는 거리나 옥외장소를 시장 군수 구청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6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경우 소유자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해마다 규제를 강화해왔다. 보건복지부는 8월 내년 하반기부터 금연구역 내 흡연에 대해 최대 10만원까지의 과태료(기존 범칙금 2만∼3만원)를 부과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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