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궤도차량의 관제병이 무죄라니 어이가 없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은 결국 본인들 잘못이라는 말인가. 주한 미8군 군사법원은 엊그제 관제병에 대해 무죄평결을 한데 이어 어제 운전병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분노를 사고 있다. 미 국무장관과 주한 미군사령관의 사과와 동떨어진 재판결과다.미군의, 미군에 의한, 미군을 위한 재판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번 평결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러면서도 미군법정의 양식을 믿어보려 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미군은 다시 한번 배반했다. 전원 현역장병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전방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운전병에게 신속하게 위험신호도 보내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재판결과다. 그런데도 미군은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판이 진행됐다고 말하고 있다. 유족과 범국민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부대 앞 시위가 한층 더 거세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판권을 한국에 넘기라는 요구에 대해 미군은 한사코 거부했었다. 따라서 초점은 재판권 행사 주체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문제로 다시 모아진다. 이 사건도 한국 검찰이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수사권 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정에 제시된 자료는 원천적으로 미군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개정된 SOFA는 형사관할권 분야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는 아직도 미흡하다. 특히 공무 중의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미군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토록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 미군은 재판권을 넘기고 SOFA를 개정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무죄평결은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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