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진입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빈부격차의 확대였다. 그런데 그 현상이 현실화하는 수준을 넘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빈익빈부익부 상황의 확대로 사회가 확연히 이분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많은 우리나라 상위 20%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하위 20%의 6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20%가 개인 금융자산 총액의 71%를, 상위 5%가 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기준 상위 20%와 하위 20%간 소득격차 5.02배에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게다가 부동산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금리, 벤처열풍,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분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장 고통을 받은 계층이 극복 후에도 가장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더욱 문제는 분배 관련 자료의 미공개다. 한국개발연구원 조세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들이 국세청 행정자치부 국민연금 건강보험공단 등이 갖고 있는 납세 실적과 소득 현황 자료들을 최소한 연구용으로라도 제공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한 것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정부가 소득분배 문제에 대해 개선 의지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태로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지 모르겠다. 정부는 기초 자료부터 공개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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