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새 지도부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의 문제이면서도 역사성에 있어서나 현실성에 있어서는 인접국의 책임과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남북관계의 역사적 성격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데서 발생하는 적대적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같은 민족이라는 동포애의 감정이 섞여 있다. 민족적 감정과 적대적 감정이 혼재 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관해서는 통일을 지향하며, 조심하면서도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에 있다.
남북관계의 현실적 성격은 남한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성격과 상대방보다는 제3자가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민족적 감정과 협력의 열의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극도의 조심성을 요하게 되어, 군사 정치 안보가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현실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역사적 성격과 현실적 성격 속에서 남과 북이 협력하고 하나로 가기 위한 방향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 맞추든가, 서로가 제3의 형태로 접근해 가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국은 '세계화'의 슬로건 아래 끊임없이 제3의 형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이 북한의 입장에서 '우리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는 좋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이 대립적이고 체제경쟁적 성격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어 북한이 남한의 체제에 맞추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이 세계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만큼 남한을 따라 배운다는 것은 남한과의 경쟁이 아닌 세계와의 경쟁이다. 문제는 현재 북한이 보이고 있는 행태가 중국의 과거 대북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데 있다. 과거 중국의 대북정책이 오늘의 북한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 중국은 북한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하며 남북대립과 체제경쟁을 부추겨 왔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정치외교와 경제의 분리원칙 아래 북한의 변화를 방치해 왔다. 특히 개혁·개방 시기에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부담이 되고, 안보적으로는 최대한의 이익이 되는 이웃'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할 때는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해 주고, 신의주 특구와 같이 급진적 개혁을 할 때는 제재적 수단을 동원했다. 그 과정에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중국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북한이 개혁하고 개방하여 경제적 부흥을 이루면 중국의 경제적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텐데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북한의 개방은 중국 동북지역의 투자 위축을 가져올 것이고, 만에 하나 개방 과정에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급진적이지 않은 개혁을 하여 중국에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주고, 현 체제가 존속되어 안보적 안정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견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대북관에서 나타났던 과거의 현상들이 중국의 새 지도부에서 적절히 시정되기를 바란다. 북한이 어려울 때, 소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생색을 내는 그런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대북정책, 즉 북한이 개방·개혁하는데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실히 발휘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중국이 자신들은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춰 개혁·개방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안정에 반하는 일부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북한의 개혁·개방에 제동을 거는 것은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스스로에게 손해를 가져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과거 지도부의 논리모순적이고 민족이기적이며, 방관자적인 대북정책의 기조에서 탈피하여 북한의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발휘하기 바란다.
조 명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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