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의 얼굴 이봉주(32·삼성전자·사진)는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에 출전, 10여년 아래 연배의 고교·대학 후배들과 숙식을 같이 하고 있다. 육상 관계자들은 대스타 답지 않게 성실하고 겸손한 이봉주를 한목소리로 칭찬한다. 대회 첫날 상남-밀양 소구간을 비롯, 이봉주가 뛰는 구간에서는 후배선수들이 그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 신기록도 쏟아지고 있다. 김천시 외곽 직지사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1990년부터 고향(천안)팀 충남이 출전할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이봉주는 "한국일보 주최로 열리는 대역전경주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대회"라고 말한다. "20대 초반부터 이 대회의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며 레이스 운영능력과 승부근성, 스피드를 키울 수 있었다"는 이봉주는 "후배들도 적극적 자세로 레이스에 임하면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역전경주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을 하듯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참가할 때마다 신이 난다. 하루 레이스를 끝낸 뒤 사우나를 하고 좋아하는 간식(초밥)을 먹는 재미도 있고 젊은 후배들과 농담을 건네며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를 물었더니 1996년 대회를 꼽는다. "당시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에 그쳐 의기소침해 있을 때 이 대회에 출전, 스피드를 기른 덕분에 그 해 12월 일본 후쿠오카 마라톤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들려준다.
"부산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여기 저기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봉주는 "동계훈련에 앞서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며 "출전 가능한 5개 구간에서 모두 뛰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30대 중·후반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 작정인 그는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12월말부터 본격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간다.
/김천=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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