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금융자산의 계층간 편중현상이 소득의 편중보다 휠씬 심각한 상태인 것이 민간기관의 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여기에다 지난 1∼2년 사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부동산의 빈부 편중도 심화하고 있어 자산, 즉 부(富)의 격차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5·10면2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 경제연구원이 올 7월 국내 1,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자산·부채현황' 설문조사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금융자산이 많은 우리나라 상위 20%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2억1,575만원으로 하위 20% 가구 346만원의 6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위 20%가 개인금융자산 총액(862조원)의 71%를, 상위 5%가 38%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득기준 상위 20%(월평균 533만4,000원)와 하위 20%(106만2,300원)간 소득격차 5.02배와 비교하면, 빈부격차가 최소 13배는 더한 셈이다.
연구기관들은 또 금융자산과 함께 부의 양대 축을 이루는 부동산의 불평등은 금융자산보다 훨씬 위험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1993년 종합토지세 납부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개인 토지보유분(공시지가 기준 779조원)의 51%를 상위 5%가, 28%를 상위 1%가 소유,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이 당시에 벌써 0.8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가 1이면 '완전 불평등'으로 모든 부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고소득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왔기 때문에 부동산의 편중현상은 더욱 심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가 1,000가구를 대상으로 2001년초, 2002년초 두 차례에 걸쳐 자산·부채 추이를 설문조사한 결과 소득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연소득 1,000만원 이하 계층은 두 기간 모두 1년전보다 자산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고 대답한 반면, 연소득 3,000만원 초과 계층은 자산은 늘고 부채는 줄어들었다고 응답, 환란 이후 경기회복국면에서도 부의 격차는 계속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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