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방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평가 받아온 러시아의 푸틴(사진) 대통령이 러시아 국내외 언론과의 관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을 강경 진압해서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러시아 정부가 국내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데 이어 모스크바 주재 외국 특파원단에까지 영향력 증대를 꾀하자 외국 언론기관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러시아 정부는 인질극 진압과정을 비난하면서 연일 비판적 논조를 유지해온 독일의 제 1공영방송사인 ARD에 대해 특히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공보관을 통해 ARD의 프리츠 플라이트겐 사장에게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ARD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서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외무성 등 정부측과 다각도의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ARD 방송사의 비판적 내용의 보도가 계속될 경우, 모스크바 주재 ARD 특파원단의 추방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1990년 독일 통일을 전후로 당시 헬무트 콜 총리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초석을 다진 독일과 러시아간의 우호관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친(親)서방 노선을 고수하면서,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서 독일과의 우호적 협력관계를 가장 중시해온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만한 문제해결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 역시 ARD 모스크바 지국의 보도태도로 인해 양국간의 관계가 악화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러시아 정부와 ARD 방송사간의 이번 갈등은 약간의 냉각기를 거쳐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탁재택 KBS방송문화연구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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