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너무 싫어 사춘기 때 가출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없으면 누가 가족을 돌보겠습니까."삼성복지재단(이사장 이수빈·李洙彬)이 주는 제27회 삼성효행상 대상수상자(상금 2,000만원)로 20일 결정된 김은혜(44·여·경기 평택시 죽백동·사진)씨는 비록 자신의 청춘을 가족의 병구완에 바쳤지만 이를 희생이라기 보다 숙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생계를 잇기 위해 행상에 나선 어머니를 대신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언니와 오빠를 30년 가까이 돌보고 있다.
사춘기 소녀로서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무감은 버릴 수 없었다. 김씨는 특히 "약혼자의 집에서 정신질환이 유전 될 수 있다며 파혼을 통보해 왔을 때 가족이 원망스러웠다"며 "하지만 내가 희생해 가족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이 좋다고 생각해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5년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등 직장에서도 업무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그는 "몇 년 뒤 직장을 그만두면 길거리에서 고통 받는 병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고 환하게 웃었다.
효행상(상금 각 1,000만원)에는 김선녀(63·여·제주도 북제주군) 황인화(57·여·대전시 서구 변동)씨, 경로상(상금 각 1,000만원)에는 문재진(45·회사원·서울 송파구 마천동) 권영수(49·회사원·경남 마산시 합포구 산호1동)씨, 특별상(상금 1,000만원)에는 김언중(39·교사·충남 태안군 태안읍)씨 등이 선정됐다.
삼성복지재단은 1975년부터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친근한 이웃을 매년 발굴해 그 동안 326명을 포상 했다. 시상식은 내달 10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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