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가득찬 구름이 점차 얇아지면 구름 뒤에 가려진 햇빛이 마침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번뇌를 차츰 없애다 보면 우리 안에 이미 불성(佛性)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19일 경북 봉화의 각화사에서 만난 고우(古愚·66·사진) 태백선원장은 "불성은 이미 모든 것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하루 18시간씩 15개월간 수행하기로 결의한 각화사 용맹정진 결사를 이끌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행승 36명이 참여한 이번 정진은 통상적인 안거 기간의 6배에 달하는 유례없는 시도로 산문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우 스님은 "형상이 있거나 없거나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로서 존재한다는 부처님의 진리법을 깨닫는다면 무한향상(無限向上)이 있을 뿐"이라며 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무한향상을 가르치는 불교는 양극단, 이원론적 사고를 초월하는 가치관의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한국불교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통한 참선)이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관념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간화선은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참구했던 전통적인 수행 방식"이라며 "이제는 그것을 보여줄 선사(禪師)가 없을 뿐이지 간화선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간화선 수행전통은 티베트 불교나 일본 중국 불교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경지인데도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 스님처럼 일반인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그는 간화선이 현대 사회에 중요한 가치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지사에서 출가해 40여 년 동안 전국의 선방을 돌며 수행에만 전념해온 고우 스님은 선원계의 대표적인 수좌(首座)로 20년 전부터 각화사에서 주석하고 있다.
/각화사(봉화)=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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