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20일 '빅3' 대선후보의 각종 사조직에 폐쇄명령을 내리고 대표자를 고발하는 등의 초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이들 사조직의 활동이 공명선거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과거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사조직은 혼탁한 선거 분위기를 만들고, 금권선거를 부추기는 등 불법·탈법 선거운동을 주도했다. 선관위는 이런 측면을 고려, 후보자 간 공정한 경쟁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노사모 등 일부 사조직의 경우 수 차례에 걸쳐 선거법 위반 행위를 중지토록 촉구했으나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 해왔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불공정하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표를 얻으려는 관행을 용납치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외양상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후보 등 3명의 유력 후보 지원 조직에 대해 형평성을 맞춘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원 수가 6만여 명에 달하는 노사모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노무현 후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초의 정치인 팬 클럽인 노사모의 사이버 활동이 중단되고,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가 전개해 온 '희망돼지 분양운동'사업 등이 위축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는 전국에 방대한 조직을 갖춘 '하나로 산악회'가 당 직능특위 산하 공조직이라는 한나라당의 해명과 달리 사조직으로 판명 난 점이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정 후보 역시 사이버 선거운동을 의욕적으로 펼치려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자발적인 대선후보 지지모임 여부 등에 대한 판단 없이 모두 사조직으로 간주, 폐쇄와 고발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하나로 산악회 현 회장인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이 '200만 명 회원확보를 위한 100일 작전'을 적극 독려한 사실을 선관위가 적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 선관委가 밝힌 실태
중앙선관위가 20일 발표한 유력 대통령후보 진영의 사조직 단속 결과에 따르면 이들 사조직은 전국적 조직을 갖추고 특정 후보 지지 및 정당 행사 참여 등의 사전 선거 운동을 해 왔다. 다음은 선관위가 밝힌 사조직 실태 및 주요 불·탈법 사례이다.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 모임=하나로 산악회는 15개 특별위원회, 1실 4본부 12국의 본부조직, 시·도 및 해외협의회, 국회의원 지역구와 동일한 시·군·구 지부를 구성하는 등 방대한 조직을 갖추었다. 통상적 산악회 조직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 등 기존 정당의 사조직과 유사하다.
하나로 산악회는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9월부터 12월5일까지 '회원 200만명 확보 100일 작전계획'을 수립, 지부별로 8,000∼1만명의 회원 모집을 지시했다. 서울의 경우 5개 지부가 1,115명을 회원으로 모집한 점에 미루어 상당수 유권자를 회원으로 포섭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산악회 간부들이 한나라당 선대위 직능특위 환경분과위에서 임명장을 받고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승리와 정권교체의 역군이 될 것"을 결의했다.
산악회는 실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푸른환경 시민연대로 위장하는가 하면 회원들을 한나라당 직능특위 산하 환경분과위에 소속시켰다.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 모임=노사모는 2000년 4·13 총선에서 노 후보가 낙선한 뒤 발족된 자발적 모임으로 '노풍(盧風)'을 타고 회원이 6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최근 민주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와 함께 '쌍끌이 활동'을 펴 왔다. 조사 결과 노사모 대선투표참여연구특위(대특위) 위원장인 이 모씨는 9월 공동발표문을 통해 노사모가 노 후보 승리를 위해 활동할 것임을 공개 표방했다. 또 민주당 100만서포터즈사업단 부단장 재임시 노사모 홈페이지를 '희망돼지 분양사업' 홍보 등에 사용하고 중앙 노사모 및 지역 노사모에 희망돼지사업의 적극적 추진을 독려하는가 하면, 돼지저금통을 배부·수거하는 등 노 후보 선거 운동을 해 왔다. 노사모는 또 노 후보의 캐리커처가 담긴 티셔츠 판매와 인터넷 홍보활동, 스티커와 홍보물 배포, '꿈을 실은 포장마차' 행사 주최 등을 해 왔다.
■정몽준(鄭夢準) 후보 지지 모임=청운산악회는 정 후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지난달 3일 도봉산에서 발대식을 가진 뒤 서울·부산 등 전국 34개 지회를 결성하고 '정몽준을 위하는 사람들 모임'(정위사) 등 온·오프 라인을 통해 2,000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청운산악회는 사무실에 "시대는 요구한다, 세계적 지도자 정몽준(鄭夢準)' 이라는 현수막·벽보를 게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정 후보 지지를 호소해 왔다.
산악회 본부장인 구 모씨는 이에 앞서 8월 '도덕적이고 청렴하면서 월드컵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인류사에 빛나는 지도자를 영광의 반석 위에 세우자'며 '정위사'를 만드는 등 조직 확대 활동을 해 왔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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