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몽유도원도'(윤호진 연출)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최고 히트작 '명성황후' 팀이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첫날 공연을 보니 아쉬움이 많다. 비교적 단조로운 음악과 나열식 장면 전개로 전체 흐름의 강약이 드러나지 않는다. 가장 압권이어야 할, 아랑이 얼굴을 갈대로 긋는 장면조차 많은 장면 중의 하나로 비칠 뿐이다.치명적인 결함은 주인공들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고 드라마 구조가 약하다는 점이다.
붙잡을 수 없는 사랑으로 미쳐가는 개로왕의 고뇌는 그로 인한 질투와 분노, 슬픔이 거의 생략돼 공감하기 어렵다. 아랑과 도미의 목숨을 건 사랑도 이들에 대한 깊이 있고 입체적인 성격 묘사가 빠진 채 단선적인 줄거리 전달에 그치고 있어 충분히 감동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들을 제치고 개로왕의 충신 향실(조승룡 분)이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도, 이 작품에서 향실만이 성격이 분명하게 그려져 살아있는 인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세트를 움직이는 장면 전환이 많고 그때마다 일어나는 암전은 극의 흐름을 끊어 몰입을 방해한다. 개로왕이 아랑을 차지하기 위해 도미와 내기 바둑을 두는 대목에서 바둑돌을 배우의 몸짓으로 표현한 것은 재치있는 연출이지만, 장난스럽게 보여 이 장면이 지녀야 할 긴장감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와 음악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선율이 없는 것도 문제다. 박동우가 디자인한 무대는 공들인 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무대 바닥에 깐 레일 위로 배가 미끄러지고 등불이 흘러가는 장면은 그런대로 아름답다.
첫술에 배부르랴. 걸작도 초연 때는 실패한 예가 많다. '몽유도원도' 가 계속 다듬어져 좋은 작품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공연은 12월 1일까지 계속된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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