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임기 말이라지만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청와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5일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등의 '무단 해외출장'에 대한 청와대 경고조치의 법적 타당성에 관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국가기관 사이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권'을 집권이념의 하나로 내세웠던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가인권위가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청와대를 들이받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국가인권위도 법 테두리 내에서만 존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이다. 국가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부 등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라고 주장했으나 현행 헌법에는 엄연히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대통령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6개만을 독립기구로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성격상 그 활동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인권위가 독립기구라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검찰 수사에 있어서 독립성이 요구된다고 하지만 법률적으로 검찰은 분명히 행정부의 소속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국가인권위가 행정부 소속의 독립위원회로 돼 있으면서 예산도 행정부로부터 받고, 직원채용도 공무원 심의기구를 통하는 이상, '공무 국외여행 규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법적 지위가 국가인권위의 독립적 활동을 저해한다면 먼저 법개정을 추진토록 할 일이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불만을 제기할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인권위가 출범 이후 보여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늘 '치외법권의 기구'라는 비판을 받아 온 점을 상기하는 바다.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게 법일진데, 국가인권위가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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