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Y대 학생식당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점심 메뉴로 나온 오징어 볶음에서 못이 발견됐기 때문. 이 대학 학생 최모(22)씨는 "평소 머리카락이 나오는 일은 예사였던 학생식당에서 이제는 못까지 나오면 도대체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서울 E대 학생들은 올해 초 문을 연 학생식당 한 곳이 한 달 전 갑자기 폐쇄돼 불편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불시 위생점검에서 이 곳이 일반음식업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을 했다며 영업취소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허가를 새로 받고 내부 단장을 해 문을 다시 열겠다는 방침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위생상태가 나빠 폐쇄된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가열되는 학생식당 위생 논란
대학 구내식당이 식품위생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값이 싼 데다 가깝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학 구내식당의 위생문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달 식약청이 불시에 실시한 위생 점검 결과, 수도권 4년제 대학 40곳 중 16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등 문제는 여전한 상태다. 이번에 적발된 식당들은 대부분 음식업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재료를 보관한 곳이다.
지난 2000년 4월 식약청이 서울 소재 29개 대학의 식당을 위생점검 했을 때 21개 대학이 적발됐던 것에 비하면 수치상으로는 위생상황이 나아졌다. 그러나 식약청 관계자는 "대학 내 식당 및 매점의 위생상태가 크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음식업 허가, 유통기한 등 몇 년째 똑 같은 지적사항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S대 식당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전혀 판매되지 않아 기한이 지난 음식재료를 보관한 것은 잘못이지만 위생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 불만은 여전
지난달 식약청이 1년 6개월만에 실시한 대학 구내식당 위생 점검도 원래 계획됐던 것은 아니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대학 식당 및 음식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잇따라 접수됐기 때문에 불시에 점검을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고려대 학생복지위원회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내식당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부분은 '가격이 싸다'는 것에는 만족을 표시했지만 음식의 질과 위생상태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해결책은 난망?
연세대는 지난달 초 식당 관리제도 개선을 위해 점수관리제와 피해보상제를 도입했다. 단체급식 업체에 대한 위생, 가격, 매장운영 상황 등에 대해 매달 점검을 해 점수화한 뒤 벌점이 많을 경우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회와 학교의 식당문제 논의 기구인 식당운영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구내식당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식당운영위원회는 위생상태를 점검할 정밀한 조사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위생문제는 항상 불씨를 안고 있는 상황. 일선 구청의 정기점검이 1년에 한 두 차례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식약청의 단속도 정기적이지 않다.
위생상태가 적발 되더라도 강제성이 없는 자율 이행 조치만 내려지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일반 음식점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사용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만 학교와 같은 집단 급식소는 대부분 시정 명령만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식약청 김용현(金龍鉉) 식품감시과장은 "일반 음식업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하는 집단 급식소의 경우, 식중독 등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소재를 묻기 애매해지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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