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주말과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60대 초반의 주부입니다. 기업체 간부로 2년 전 정년퇴직한 남편은 골프에 빠져 밖으로만 나돕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집에 있겠거니 했더니 요즘은 등산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남편은 젊어서부터 활달해 친구도 많지만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저는 자녀들도 모두 떠난 노년이 너무나 쓸쓸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으로 하여금 저와 더 시간을 보내게 할 수 있을까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씨가)
답> 그야 물론 댁이 골프를 배워 바깥양반과 함께 필드에 나가는 길이지요. 우선 실내골프장에서 남편에게 지도를 받는다면 좋겠지요. 또 집에서 맛있게 싼 도시락을 메고 남편을 따라 등산길에 나서고, 내려와서는 변두리 호프집에서 두 분이 생맥주를 한 잔씩 마시는 정취를 만끽해 보세요. 격려와 면박을 번갈아 하면서 남편은 '운동스승'으로서의 행복과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문맥으로 보아 댁은 요조숙녀 현모양처 제일주의로 가정에만 말뚝을 박은 내성적인 분 같군요. 그러니 댁 성격을 거슬러 위의 방법을 별안간 도모하기는 좀 무리시겠고, 남편도 어리둥절해 반기지 않을 수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이 방향으로 애를 쓰십시오.
바깥양반은 활달한 성격에다 운동을 좋아하는 것 외에 정년 이후 품위유지에도 신경을 써 아직도 골프를 칠 체력, 돈, 친구가 있음을 자타에 확인시키려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년퇴직 3년이 지나면 용돈도, 살림도 빠듯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남편은 긴축재정에 대비해 돈이 덜 드는 등산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남편이 심란한 변화를 모색하는 기회를 틈 타 댁은 그에게 사랑고백 하듯이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희망을 표명하면 어떨까요? "나도 준비해 차차 등산길과 골프장에도 나갈 터이니 금주는 시작하는 의미로 일요문화관광여행을 가자"며 손을 끌어 보십시오. 대개는 따라 올 것입니다. 다음 순서는 해외여행으로 반 골프, 반 관광하는 프로그램을 택하세요.
마지막 방법은 혼자 시간을 보낼 길을 찾는 것이지요. 미술관과 음악회 순례, 주말문화관광, 신문사 문화교실 수강등록, 여고동창모임 참가, 자녀 집 방문하기가 있으며, 댁 성품에도 맞는 가장 좋은 길은,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컴퓨터를 배우는 것입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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