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1833∼1906) 선생의 사상에 대한 본격 재조명이 이뤄진다.면암학회는 16일 면암 순국 96주년을 맞아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면암사상에 대한 정기 연구발표 및 국내외 학술회의 개최, 문집번역 및 자료집 발간 작업 등을 해 나가기로 했다. 학회에는 면암의 직계후손인 최창규 성균관 관장, 하연순 동유서원 원장 등 철학자 정치학자 사학자 200여 명이 참여했다.
창립총회 직후 열린 '면암사상의 현대적 조명'이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는 유승국 전 정신문화연구원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주칠성 김광수 옌볜대 교수, 김호성 서울교대 교수, 오석원 성균관대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면암의 정치사상, 독립투쟁 등을 재조명했다.
면암은 병자수호조약 체결과 단발령에 반대하다 유배를 당한 위정척사(衛正斥邪)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1905년 을사조약 체결 후 전북 태인에서 유림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다. 그러나 면암은 왕권을 옹호하고 단발령을 거부한 과거지향적인 인사로 인식돼 그동안 학계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최병철 청주대 교수(성균관 교육원 부원장)는 "면암사상을 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의 맹아(萌芽)로 재평가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문집 영인과 번역 작업을 통해 앞으로 그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승국씨는 "면암의 척사론이 가지는 의의는 서양의 제국주의적 침략성과 이를 모방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비판한 데 있다"고 평가했다.
학회는 앞으로 면암사상이 기미독립선언문과 안중근 의사가 제창한 동양평화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 그의 사상을 근대정신의 태두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또 내년 8월에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학자들이 참석하는 국제학술대회도 연다.
한편 상해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가 1946년 환국해 면암의 영정을 봉안한 충남 청양 모덕사(慕德祠)를 방문한 뒤 창립한 기념사업회격인 면암선생지정회(至正會)도 2월 사단법인으로 재발족, 2006년 면암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쓰시마(對馬) 섬에 추모공원 조성과 모덕사 묘소 성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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