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의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에 국민의 눈길이 쏠려 있다. 1강2중 구도가 2강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면서 잠잠했던 표밭이 들썩거리고 있으며, 지역별로 다양한 반응은 대선의 향방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전국의 표밭을 돌며 대선 분위기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대선을 한 달 앞둔 18일 충청 지역의 화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합의였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건재하던 1997년 당시 DJP 공조로 치솟았던 열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냉랭하기만 하던 선거 분위기를 바꾼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이틀 전만 해도 결과가 뻔한 선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관심 없다"며 말끝을 흐리던 노·정 후보 지지자들은 물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자들조차 "진짜 단일화가 되면 예측 불허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대전에서 만난 50대의 한 택시기사는 "어제부터 선거얘기를 하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선거가 재미있게 돼 간다"고 관심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고 끝내 속내를 감췄다. ★관련기사 5면
대전과 충남북을 합친 충청권 유권자는 약 350만명. 전국 총 유권자의 10%를 넘지 못해 수로 따진다면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이 후보와 단일후보와의 맞대결이 벌어질 경우 이곳은 최대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본보의 16일 여론조사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전제할 경우 충청권에서 '이회창 대 노무현'은 44.7% 대 37.9%, '이회창 대 정몽준 '은 33% 대 47.6%로 나타났을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확인한 지역분위기도 접전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대세론과 '충청도 대통령'이란 주장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이 후보의 고향인 예산을 빼고는 일방적 지지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었다. 최근 이 지역의 민주당, 자민련 의원들이 잇달아 한나라당으로 옮겨 가면서 상층부의 여론은 확실히 쏠린 듯하지만 바닥까지는 아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후보를 무조건 거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누굴 지지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걸 왜 물어요, 투표하려면 아직 멀었는데…"라며 말문을 닫는 주민들의 태도에서 충청 지역 유권자의 움직임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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