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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 차승원·설경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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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 차승원·설경구 인터뷰

입력
200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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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와 차승원. 언뜻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광복절특사' 이전까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설경구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소품도 있지만,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를 통해 진지하거나 묵직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반면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에서 보여준 코믹한 캐릭터가 강한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다.두 사람도 '광복절 특사'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차승원씨는 각이 져 보였고 딱딱하고 깔끔해 보였죠. 촬영 끝나면 바로 쉬러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매일 술 먹자더라구요. 촬영장에서 웃음의 50%는 차승원씨 때문에 터졌죠." "경구 형이 하드하고 시니컬하리라 짐작했는데, 아주 인간적이었어요."

겪어보니 공통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미리 맞춰 보는 것을 싫어했다. "맞춰 볼수록 정확성은 나아지지만 맛은 떨어지거든요."(차승원) "이렇게 하자거나 미리 대사나 동작을 연습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설경구)

'신라의 달밤'과 '공공의 적'에서 각각 공연했던 이성재가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 맞추고 했던 것과는 달랐다. 캐릭터보다 상황이 앞서는 영화라 누구도 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같아 애드립은 절제했다.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그 안에 내가 있다. 나머지를 끌어내는 것은 감독의 몫"이라는 생각을 공유한 둘은 영화 속에서 제법 잘 어울린다.

하지만 '광복절 특사'를 하게 되기까지는 정반대였다.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이 끝날 무렵 김상진 감독에게서 다음 영화를 같이 하자는 말을 들었다.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러자"고 했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에 이어 연달아 세번째인 박정우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당연히 무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익숙했다. 설경구는 '오아시스' 촬영장을 찾아온 김상진 감독에게 작품 설명을 듣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김상진식 코미디에는 절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얘기에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했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정반대의 부담도 져야 했다. 같은 감독, 작가와 작업했으니 "어쩔 수 없죠, 뭐"라는 차승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신라의 달밤'이나 '라이터를 켜라'를 본 사람들에게 차승원의 연기는 식상하다. 예전만한 폭소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반면 설경구는 청개구리 기질이 지나쳤던 탓일까,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설경구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뛰어 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차기작 선택에서 이에 대한 둘의 생각이 엿보인다. 차승원은 내년 3월 개봉하는 '선생 김봉두'에서 잔잔한 연기에 처음 도전한다. "김상진 감독처럼 이런 코미디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설경구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출연을 확정지었다. 다시 선 굵은 연기다. "슬슬 다시 살을 빼야지요. '오아시스' 때처럼 심하게는 아니지만."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 "광복절특사"는 어떤 영화

이 영화 하나만 따로 보거나 김상진 감독―박정우 작가 콤비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광복절특사'는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임에 틀림없다.

역(逆)발상적인 상황설정과 캐릭터, 재치있는 대사, 뒤통수를 치는 에피소드, 이미지를 뒤집는 배우들의 연기에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 김상진 감독 자신이 농담 삼아 '삼류'라고 말하듯 '블랙'이 아닌,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교양 없이도 낄낄댈 수 있는 '화이트' 코미디다.

두 죄수가 주인공이니 보나마나 탈옥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겠지 하면 큰 착각. '광복절특사'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물론 죽기살기로 탈옥한다. 그런데 다시 죽기살기로 감옥으로 돌아와야 한다. 단순무식 절도범 무석(차승원)과 곰살맞은 사기꾼 재필(설경구)이 땅굴로 탈출을 한다. 무석이 숟가락으로 6년이나 판 땅굴이다.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철저히 배반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6년 동안 수없이 탈옥에 실패하고 고생한 무석이 실은 별다른 탈출 동기가 없었다는 것이나, 오히려 빌붙어 나온 재필이 동거하던 여자 경순(송윤아)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 속이 뒤집힌 것이나, 감방에서 두목 행세하던 무석이 탈옥 후에는 재필에게 꼼짝도 못하는 것이나.

뒤집기는 끝이 없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무석이 폼을 잡는 것도 잠시, 이 무슨 날벼락인가. 신문에서 광복절특사로 자신들이 풀려난다는 사실을 안 둘은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둘 사이에 경순과 경순의 현재 결혼상대자인 경찰이 끼어들면서 웃지 못할 악전고투가 관객에게는 웃음이 된다. 게다가 설경구의 능청과 차승원의 애드립.

그러나 이번이 세 번째인 김상진―박정우 콤비의 작품이나, 아니면 각자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봤다면 그 재미는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캐릭터에서 스토리 전개까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국회의원을 등장시킨 사회풍자는 '라이터를 켜라'와 닮았고, 교도소 폭동의 주모자인 용문신(강성진)은 '주유소 습격사건'과 '라이터를 켜라'에서의 성격, 설정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집단 패싸움도 단골손님이고, 차승원의 캐릭터나 연기도 재미있지만 '신라의 달밤'과 '라이터를 켜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혀 새로운 캐릭터인데도 설경구에게서 처음엔 '오아시스', 마지막엔 '박하사탕' 냄새가 나는 것도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그의 전작들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신라의 달밤'을 개봉하고는 감독인 김상진이, '라이터를 켜라'를 끝냈을 때는 작가 박정우가 각각 자기 복제를 인정하고 걱정했다. 그런데도 이 지독한 자기 복제를 반복한 것을 보면 심각한 고민도 별다른 대안모색도 하지 않은 모양이다.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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