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캐나다 어학연수 2,000만원, 영어회화학원(1년) 수강 240만원, 명품정장 한벌 300만원, 쌍꺼풀수술 30만∼50만원, 라식수술(근시교정) 200만원, 4주 다이어트 프로그램 30만원, 면접당일 메이크업 15만원….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4층 전시장에서 개막된 '비전 2003 여성취업 한마당'을 찾은 서울 모여대 4년 A(23)씨가 취업을 위해 지난 1년간 투자한 취직비용이다. 어림잡아도 3,000만원에 육박한다.A씨는 "취직비용 치고는 좀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결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취직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투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 1년내에 본전을 뽑으면 그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10명 중 3명 취직용 성형수술'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이 지속되면서 여대생들의 취직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경기침체로 여성들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외모도 실력'이라는 인식이 여대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 막대한 취업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코엑스를 찾은 수도권의 S대 4년 최모(23)씨는 "실력이 엇비슷할 경우 결국에는 외모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게 뻔하지 않느냐"며 "때문에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수차례 낙방한 J대 4년 이모(22)씨는 "최근 코 성형수술을 한 뒤 주변에서 인상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유명 벤처회사에 취직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을 준비 중인 여대생들에게 쌍꺼풀수술, 라식수술, 다이어트는 기본으로 통한다. 서울 모여대 영어과 조모(23)씨는 "여대 4년생의 경우 10명 중 3명꼴로 '취직용 성형수술'을 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학생의 경우 300만원을 호가하는 단기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다'
여대생들의 취업비용이 이처럼 급상승 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K대 4학년 딸을 두고 있는 황모(50·사업)씨는 "어학연수는 필수라고 해서 3,000여만원을 고스란히 쏟아부었다"면서 "등록금 대기도 벅찬데 학원비에다 옷값에다 취직하는 데 왜 그리 돈이 많이 드는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H대 4년 이모(23·여)씨는 "일부 여대생의 경우 목돈마련을 위해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을 기웃거리다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홍윤숙(洪允淑) 직업상담사는 "외모를 중요시하는 취업·구직 풍토는 구직자 보다는 기업측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며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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