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이다. 표 몰이에 나설 화끈한 젊은 스타가 없다. 제16대 대통령선거(12월19일)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각 대선 캠프와 연예계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선거운동원 1만 명이 부럽지 않다는 젊은 스타 1명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정치권의 러브 콜은 뜨겁지만 스타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현재 주요 대선 캠프에서 뛰는 연예인은 설운도 김수희 이용식 양택조 이상룡(한나라당), 명계남 문성근 권해효 정태춘 최종원(민주당), 강부자 남궁원(국민통합21) 등 50여 명. 대부분 중장년 연예인이다. 게다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의 대표 정지영 감독, 한나라당 예술인홍보단장을 맡은 석 현 전국연예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국민통합21의 문화특보로 활동하는 가수 김흥국씨 등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익명을 요구한다.민주당 대선후보 문화예술특보실 관계자는 "노문모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이름 밝히기를 꺼린다"며 "최모 엄모 이모씨 등 개그맨은 자신들 이름이 언론에 나가니까 거칠게 항의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기가 높은 젊은 스타의 경우 광고주나 소속사가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젊은 스타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탓도 있지만 정치 관여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영입 1순위 스타인 가수 윤도현.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라면 100만 표는 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월드컵 때 국민가요가 된 '오 필승 코리아'를 선거에 맞게 직접 바꿔 불러달라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노 후보가 9일 콘서트를 방문했을 때 윤도현 밴드도 노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며 "이후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도현은 "월드컵에 이어 음악 외적인 것으로 또 한차례 이슈가 되는 것이 싫다. 모든 제의를 물리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정치 참여를 거절하고 있다. 소속사인 (주)다음기획 관계자는 "그 동안 정치권이 윤도현에게 제의한 것은 러브 콜이 아니라 압력과 회유였다"며 "모 후보는 5억원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의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장이 후보로 나선 국민통합21의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김흥국 국민통합21 문화특보는 "윤도현은 월드컵이 탄생시킨 스타인 만큼 당연히 월드컵조직위원장이자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준 후보를 위해 우리 캠프에 합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진정한 축구인이라면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MJ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주인공 김두한 역을 맡은 탤런트 안재모, 유도선수 출신 김무옥 역을 맡은 개그맨 이혁재도 정치권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러나 안재모의 매니저 강보관씨는 "재모가 특정 정당을 돕는다는 보도는 낭설이다. 재모의 나이 이제 24세에 불과하다. 다른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취향의 정치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혁재 한재석 장 혁 홍경인 김여진 차태현 등 젊은 스타들이 대거 소속된 연예기획사 싸이더스의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 대부분이 젊은 연령층이다 보니 아직 정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도 "회사 차원에서도 스타의 이미지 관리상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쾌한 록 사운드의 '낭만 고양이'를 부른 4인조 밴드 체리 필터도 밴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정치 참여를 포기한 경우. 당초 한나라당에 '낭만 고양이'를 캠페인 송으로 써도 좋다는 승낙을 하고 개런티 1,000만원까지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모든 것을 포기했다. 밴드 관계자는 "캠페인 송으로 쓰일 경우 홍보 효과로 인해 현재 13만 장인 음반판매가 20만 장을 넘길 수 있지만 클럽 출신 록밴드가 캠페인 송을 부른다는 것이 밴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젊은 스타들의 '처신'에 대해 석 현 한나라당 예술인홍보단장은 "자기 소신대로 국민통합21에서 일하는 김흥국씨가 얼마나 보기 좋으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나중에 피해보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민련 지구당위원장을 지낸 탤런트 김을동씨는 "문제는 한 연예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면 다른 당은 물론 팬들까지 이상한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에서 활동하는 것을 싫어하는 팬들의 압력이 젊은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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