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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어떤 교육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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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어떤 교육열

입력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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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친구 하나가 부친상을 당해 일원동의 한 병원으로 문상을 갔다. "이런 일이나 있어야 만나는 군"이라며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들과 둘러앉았다. 정치학과에서 공부한 동문들이니, 화제는 곧 대통령 선거로 이어졌으나 서로가 생각하는 예측이 비슷해서 그랬는지 의외로 정치얘기는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등장한 두 번째 화제가 교육문제. 모두가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탓에 저마다 열을 올리며 공교육의 한심함을 성토하기에 바빴다.■ 그때 친구 하나가 "애 데리러 대치동 학원에 가야 돼"라며 슬그머니 일어났다. 학원에서 공부 끝난 자녀들을 차로 태워준 경험이 있는 터라 보통 학원이 밤 12시가 넘어야 끝난다는 것을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알고 있었다. 그래 "겨우 11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가느냐"고 잡았더니 경기 일산신도시에 산다는 이 친구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자신과 부인이 남모르게 겪고 있는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 중학교 때 상당히 공부를 잘 했던 맏아들을 평준화된 고등학교에 보낼 수 없어 수원에 있는 과학고로 보냈다고 한다. 일산지역에 학업 분위기가 좋다는 고등학교를 보고 이사를 왔는데 올해부터 평준화가 실시되는 바람에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과학고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서울대에 보내려면 내신성적 때문에 어렵고 그래서 '○○올림피아드'라는 경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 하지만 경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대치동에만 있는 학원에 가야 했다. 그래서 친구 부인이 일산에서 수원으로 달려가 오후 수업을 마친 아들을 학원에 내려놓고 집에 와 저녁준비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친구가 직장을 마치고 대치동으로 가 아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새벽에 귀가한다는 것이다. 부부가 하루에 300㎞ 남짓 차를 모는 강행군을 하고 있는 것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친구에게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은 또 얼마나 낙심 천만이었을까.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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