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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천억 의혹 규명 왜 미적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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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천억 의혹 규명 왜 미적대나

입력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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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15일 종료됐지만 대북 송금 의혹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한 달간의 감사기간 동안 현대상선측이 대출금 사용명세서 등 핵심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원은 이번 주 자료제출을 요구한 뒤 현대상선측이 끝내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감사원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현대상선이 감사기간에도 제출하지 않은 서류를 감사가 끝난 뒤 제출할 리 만무한 만큼, 결국 '4,000억원 대북지원설'은 검찰 수사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만 있다면 굳이 검찰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고 진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밝혀지게 마련이다.

설령 시간 벌기로 이 정권 임기 내에 진실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차기 정권에 가면 4,000억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누가 개입됐는지 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다. 돈을 빌린 회사의 사장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졌다면, 그 돈이 비정상적으로 쓰였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4억달러 대북송금 의혹을 제기해 온 한나라당은 15일 현대가 외환은행 홍콩지점과 마카오 주재 북한 회사 '조광무역'을 통해 1억달러를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장소와 인물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4,000억원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감사원이 돈의 사용처를 입증할 계좌추적을 외면한 채 자료 미제출 타령만 하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다. 피감기관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감사원이 도대체 언제부터 자료제출조차 받지 못하는 힘 없는 기관으로 변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감사원은 감사기간을 연장해서라도 4,000억원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거나 책임을 검찰로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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