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불거져 나온 이후 내외의 관심은 온통 북핵문제 해법에 집중된 형국이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 말 한마디에 온통 시선이 묶여 있고, 북한측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런 중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반세기에 걸쳐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돼 온 남북관계 속에서 교류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욕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이 땅에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의 기운으로 넘쳐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통일문제는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물론 통일로 가는 도정에 우리는 더 많은 도전과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차 대들보가 될 재목을 당장에 춥다고 땔감으로 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북한 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가족주의와 권위주의, 집단주의, 이기주의 성향이 팽배해 있고, 아직도 냉전의 잔재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잠재해 있는 한, 정치·사회·문화적 갈등의 치유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정서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내부적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민족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고난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또 '역사는 인간 의지의 발현이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자신감과 인내심을 갖고 어려움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서는 민족만이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웅장한 건축물은 한 장의 벽돌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며, 영광의 꽃다발이 한 송이로만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통일문제는 그 자체가 지선일 수 없다. 그것이 남북한 동포 모두가 번영과 복지를 누리기 위한 전제라면, 이제 온 국민의 지혜와 슬기를 모아 초당적·범국민적으로 대처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국내외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진 1만4,000여 자문위원이 참여한 것은 민족화합과 통일의 귀한 자산이다. 무보수·명예직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순수한 애국심, 애족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향한 민족의 번영과 발전, 조국의 통일을 향한 길에서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대의를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할 때 21세기 선진 통일조국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설 것이다.
강 동 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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