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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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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주) 사장

입력
2002.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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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판매(주)의 이동호(李東虎· 44· 사진) 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 14일 밤 9시20분이었다. 이 사장의 일정이 워낙 빡빡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부산 출장을 마치고 비서 없이 혼자 약속장소인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 나타났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최근 지분을 인수한 광고대행사 코래드의 또 다른 대주주인 영국계 투자회사 GMH 임원과 술 한잔 하기로 했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기자가 이 사장과 영국인 GMH 임원, 코래드 대표이사 등과의 술자리를 끝낸 시간은 자정이 지난 뒤였다.이 사장의 업무 스타일이 그런 것 같았다. 쉬지 않고 일하고, 격의없이 사람을 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2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졸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사장은 '졸업 소감을 미리 말해달라'는 요청에 "전 임직원의 참여와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사장은 "올 초 영업직 사원의 기본급을 월 200만원에서 40만원으로 깎았고, 이 조치를 전후해 일부 영업직 사원으로 구성된 영업직 노조가 파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대다수 임직원이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8월 워크아웃 돌입 이후 주인 없는 상태에서 3년여를 버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직원들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대우자판은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연말까지 금융기관 차입금 중 30% 정도를 갚고, 회사채 상환 및 차환 발행 등을 통해 현재 140%대인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워크아웃 졸업 뒤 대우자판은 어떻게 변할까. 이 사장에게 마스터 플랜을 물어봤다. 그는 "신차 판매 회사에서 '자동차 유통· 금융 종합회사'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GM대우차와 GM수입차를 파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고, 자동차 금융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우자판을 통해 고객이 차를 사고 파는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유통, 금융, 정비 서비스 등을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최근 이사회에 노조 및 직원 대표를 참관자(옵서버)로 참석케 하는 '개방형 이사회'를 내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회사기밀 유출 및 사내갈등 유발 등 부작용이 걱정될 법도 한데 왜 그랬을까.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 회사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개방형 이사회는 컨센서스 구축을 위한 것이다. 어떠한 부작용도 긍정적 효과를 뒤엎지는 못할 것이다." 조리와 소신을 갖춘 답변이 돌아왔다.

대우자판은 올해 노조 파업, 최대주주 변경, 사업 다각화, 워크아웃 졸업(예정) 등 많은 일을 겪었고, 치렀다. 앞으로 대우자판에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물어봤다. "대우자판이 GM대우차에 자동차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기일이 평균 180일(6개월)에서 40일로 단축되고, 2004년부터는 수수료율도 15%에서 14%로 낮아지는 등 대우자판 입장에서 판매조건이 악화됐다. 이 같은 판매조건 악화를 판매물량 확대와 구조조정을 통한 업무 효율화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큰 과제다." 이 사장은 "올해 GM대우차만 17만여대를 팔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최소한 22만대를 팔아야 한다"며 "그럴 경우 판매액이 6,5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우자동차로 적(籍)을 옮겨 영업 부문에서 숱한 신기록을 만들어낸 '역량가'다. 영업과 구조조정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이 사장이 격변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대우자판을 어떻게 키워갈 지 주목된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 이동호 사장은 누구

1958년 충북 청원

1977년 경기고 졸

198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

198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1991년 대우자동차 영동지점장

1999년 대우자판 전무

2000년 대우자판 사장

● 대우자판은 어떤 회사

대우자동차판매(주)는 1992년 우리자동차판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자동차판매회사다. 대우자판은 96년 한독산업과 합병했고, 97년에 (주)대우자판으로 상호를 바꾼다. 98년 쌍용자동차 영업부문을 인수하고, 이듬해 회사 이름을 현재의 대우자동차판매(주)로 바꿨지만 99년 8월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당시 대우자판이 워크아웃 대상이 된 것은 경영 문제 때문이 아니라 대우자동차 일괄매각 방침에 따라 함께 끌려들어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자판은 99년 계열사 투자분을 결손처리하는 과정에서 특별손실(1,600억원)이 발생해 적자를 보았을 뿐 2000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워크아웃 돌입 이후 대우자판은 인력을 5,550명(99년말)에서 4,000명으로 줄이고, 영업직 기본급을 삭감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535억원의 순익(매출 1조8,014억원)을 냈다. 연말까지는 사상 최고인 1,000억원대 순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99년 230%에서 최근에는 140%대로 떨어졌다.

대우자판은 지난달 최대주주가 GM대우차에서 아주산업 계열 아주파이프로 바뀌면서 기존 경영진의 운신폭이 더욱 커졌고, GM대우차 뿐만 아니라 GM수입차와 대우버스, 대우트럭 등의 차량도 판매키로 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이 회사는 영업력 확대를 위해 지난 8월 신규 영업사원 200명을 채용한데 이어, 이 달에도 200명의 영업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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